머리말
형법총ㆍ각론의 개정판을 준비하면서 그 본문 내용을 보정하는 일은 ‘이론적’ 작업에 속한다. 그러나 그 ‘서문’을 쓰는 일은 성격이 다르다. 서문에는 개정판 보정내용의 골자와 윤곽을 그려 보이는 안내 내지 소개, 형사법학과 형사사법의 주시할만한 변화상, 법령과 판례를 update한 자료 중 특기사항, 저자 개인의 신상 변동, 개정판 발간에 이르기까지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표하는 감사의 뜻, 독자에게 하고 싶은 심중(心中)의 말 등을 담는다. 그래서 서문은 보고서나 감상문의 성격을 띤다.
각론 제10정판에서 내용을 전면적으로 고쳐 쓴 부분은 횡령죄 중 〈문제사례: 대포통장 명의인의 예금인출행위의 죄책〉이다. 제목도 <문제: 보이스피싱 범죄에 있어서 대포통장(차명계좌통장) 명의인의 통장제공행위와 예금인출행위의 죄책>으로 바꿔 달았다. 근래 창궐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형법적 대응이 중요하고, 2018년 7월과 8월에 선고된 보이스피싱 범죄관련 대법원판결 세 건(대판 2018. 7. 19, 2017 도 17494―전원합의체; 2018. 7. 26, 2017 도 21715; 2018. 8. 1, 2018 도 5255)을 정리해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들 대법원 판결을 놓고, 대법원 판례심사위원회 전문위원인 소재용 박사와 밤늦도록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대법원의 논지와 저자의 이론 정비에 아직 미흡한 점이 있는데, 차후 개정판에서 계속 손을 보기로 한다.
각론 중 중요한 시대적 전기를 맞은 범죄는 ‘낙태죄’이다. 헌법재판소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다 더 존중하여, 여성의 낙태할 자유를 확장하였다. 2019. 4. 11.에 헌재 전원재판부는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였다(2017 헌바 127). 이에 따라 해당 조항은 국회에서 개정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 밖에 각칙상 ‘특수’폭행치상죄를 처벌하는 별개의 규정이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적용할 처벌규정을 둘러싸고 대법원(대판 2018. 7. 24, 2018 도 3443)과 헌법재판소(헌재 2018. 7. 26, 2018 헌바 5―전원재판부)의 견해가 갈린다. 법적용상 통일성의 관점에서 문제가 있기에 별도 항목을 설정하여, 논점을 부각하였다.
저자의 총ㆍ각론 개정판 준비작업에 콜래보(collabo)하는 제자들 팀에 빠져 있어서, 그 동안 무척이나 아쉽게 생각하던 제자가 한 사람 있다. 동서대학교 경찰행정학과의 이현정 교수가 저자가 아끼는 바로 그 제자이다. 여건이 호전되어, 이교수가 이번 개정판부터 힘을 보태게 되었다. 특히 이교수가 각론의 법령 update작업에 헌신적이고도 detail한 노력을 기울여 준 덕택에, 본서는 형사법령에 관한 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 자리를 빌어 이교수에게 각별히 감사한다.
이 책 출간을 위하여 콜래보한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김성규 교수, 경상대학교 법과대학의 박성민 교수, 여러 대학에서 강사로 진력하고 있는 도규엽 박사 등 세 사람의 제자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특이한 경험을 했다. 개정자료 준비에 제자들이 쏟은 정성이 지극했던지, 보내온 자료를 한장 한장 넘기면서 제자들의 손길과 숨결이 느껴졌다. 제자들이 마치 내 옆에 있는 듯했다. 여기에 거명된 제자들 중 두 사람은 저자가 재직하던 시절에 같은 연구실 한방에서 수년간 생활을 함께 했기에 그럴 만도 했다. 같은 방에서 몇 년간 생활을 같이 한다는 것이 알게 모르게 뇌리에, 또 폐부에 그토록 사무치는 일인 모양이다.
그 밖에 법문사 편집부에서 땀 흘려 수고해준 제자 김용석 과장과 출간하기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은 기획영업부의 유진걸 대리에게도 충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저자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문학’작업도 지난 6월에 또 하나의 결실을 보았다. 센타크논 시리즈 제3권이 출간된 것이다. 장편소설인데, 제목이 ‘영성지수’(靈性指數)이다. 정년퇴임한 지 5년여의 세월 동안 세 권의 장편소설을 써내었다는 사실에 감회가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