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거대한 아기 천둥 도깨비
학교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소나기를 피해 잠시 커다란 삼나무 아래로 들어갔어요. 그 순간,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치면서 공룡만 한 아기가 떨어졌어요. 내 머리카락은 번개에 그을려 꼬불꼬불 파마머리가 되어버렸고, 공룡만 한 아기는 찢어진 북을 고쳐 달라며 집까지 따라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이 거대한 아기가 보이지 않는 거예요.
아기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니 머리에 뿔이 나 있고, 호랑이가죽 무늬 팬티를 입은 모습이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천둥 도깨비를 닮았어요. 그렇다면 이 아기는 아기 천둥 도깨비일까요?
그런데 아기 천둥 도깨비가 북을 치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납니다. 더 큰일이 생기기 전에 집에 데려다 줘야겠어요. 그런데 어떻게 해야 아기 천둥 도깨비의 집을 찾을 수 있을까요?
무서운 천둥 번개는 어디에서 왔을까?
여름밤 천둥소리 때문에 잠을 못 이룬 적이 있나요? 하늘과 땅을 갈라놓을 듯 번쩍하는 불빛과 우르릉 쾅쾅 하늘을 찢을 듯 포효하는 소리는 종종 우리들에게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나약함을 일깨워 주곤 합니다.
이웃 나라 일본에는 날씨와 관련한 재미있는 전래 이야기가 있습니다. 천둥과 번개를 다스리는 천둥신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여기에 그림책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셔 천둥과 번개를 세상에 내어 주는 것은 귀여운 아기 천둥 도깨비들이에요. 무서운 천둥 번개를 천진난만한 아기 도깨비들이 나누어 준 거라니.……. 천둥과 번개가 칠 때마다 아기 천둥 도깨비가 북을 치는 거라고 생각한다면 천둥과 번개와 같은 자연 현상도 더 이상 무섭지 않고 친근하게 여겨질 거예요.
그래도 천둥과 번개가 여전히 무서운 건 “자연의 힘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는 삼나무 꼭대기 구름 속 세계의 규칙이 이 세상에도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벼락 맞을 일을 하면 안 되는 거겠지요.
이 책은 짧은 이야기지만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절제된 표현은 담백하지만,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치게 합니다. 시게리 가츠히코의 섬세하고 사실적인 그림은 화면을 구성하는 요소 요소들이 말을 거는 듯합니다. 특히 아이들의 표정은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습니다. 우는 아이, 놀란 아이, 짓궂은 장난을 치는 아이……. 모두 온기를 지닌 듯 생동감이 넘칩니다. 수업 종이 울렸는데도 여전히 쉬는 시간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장난꾸러기들의 모습, 천둥과 번개를 맞고 깜짝 놀라 도망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밉지 않고 사랑스럽습니다. 강렬하고 화려한 색감은 아이들을 책에 더욱 빠져들게 만드는, 빼놓을 수 없는 매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