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돈된 언어, 깔끔한 문장을 통해 전해지는
일본 근대의 풍경, 삶의 오묘한 통찰 ---
나쓰메 소세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오미 산주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하야시 후미코 등 일본의 근대 문학을 다양하고 풍성하게 살찌운 시인, 작가들의 빛나는 에세이 29편을 한데 모은 책이다. 주제는 다양하지만, 사회 각 분야에 걸쳐 서양문명을 흡수하면서 서양을 최우선으로 모방하던 일본 근대의 풍경이 정돈된 언어와 깔끔한 문장을 통해 흑백사진처럼 전해진다. 작가들은 변하는 세태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위트 있게 녹여내고, 사람이나 사물과의 인연을 말간 감성으로 그려내고, 아름다운 자연과의 교감을 서정적으로 채색한다. 그 속에는 삶의 오묘한 통찰이 들어 있다. 이를테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움직임 없이 움직이고 흐름 없이 흐르는 큰 강의 색깔은 …… 내 마음에 먼 여행을 떠났던 순례자가 마침내 고향 땅을 밟았을 때와 같은 쓸쓸함과 자유로움, 그리움을 불러온다. 강물이 있기에 비로소 나는 다시 순수한 본래의 감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고백하듯이. 그의 고백은 독자들은 저항 불능의 포로로 만들어 도쿄 스미다강으로 끌고 간다. 독자들이 따로 준비할 것은 없다. 그저 아득해지는 그리움 속으로 빨려들어 팍팍한 현실과 맞서던 가슴을 해체하면 그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