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타자를 홀로 있게 하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홀로 있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받게 하는 것이다. 그러한 사랑은 합일시키지 않고, “하나”를 만들지도 않는다. 아리스토파네스의 넋에는 실례가 되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그런 사랑은 “둘이 되는 것”을 허용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사랑받는 이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그는 사랑받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에 못지않게 소중한 그의 고독을 해치는 사랑으로부터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그는 사랑받으면서 사랑받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그는 사랑받지 않으면서 사랑받는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그는 얻어지지 않는 사랑을 얻을 것이다.
이 책은 2009년에 출간된 장 알루슈(Jean Allouch)의 『L’amour Lacan』을 번역한 것이다. 사랑에 관한 모든 책은 옳지만, 이 책이 특히 옳은 이유는 그것이 사랑을 실천하고 사유하고 말하는 데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는 깊고 넓은 영감을, 정신분석에 입문한 이들에게는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라캉의 세미나 전체를 일별하는 기회를, 라캉 정신분석에 관심 있는 연구자들 및 임상가들에게는 라캉에 대한 엄밀한 독해, 비판적 재구성, 내적 모순에 대한 문제제기, 나아가 세미나 텍스트 확정의 논란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는 레퍼런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책의 물리적인 분량 및 개념적인 무게가 부담스러운 독자들은 서문과 결론에 대한 유기적 독해만으로도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의 말
라캉과 함께 활동한 프랑스의 정신분석가 장 알루슈
가까이서 바라본 라캉은 어떠한 인물이었을까?
라캉과 그의 학문에 대한 새롭고 생생한 시각을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책
이 책을 집필한 프랑스의 정신분석가 장 알루슈는 1962년부터 라캉의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라캉과 교육분석을 진행했다. 1985년에 ?cole lacanienne de psychanalyse를 설립해서 분석가를 양성하고 있는 그는 라캉의 세미나 장소인 파리의 생탄(Sainte-Anne)병원 및 세계 각지에서 세미나를 진행했으며, 정신분석에 관한 여러 권의 저서를 남겼다. 방대한 양의 이 책은 그의 저서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인다.
사랑에 관한 책은 늘 옳지만, 그중에서도 이 책이 특히 옳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당신이 사랑을 실천하고 사유하려 한다면,
이 책을 통해 깊고 넓은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당신이 정신분석에 입문하려 한다면,
이 책은 당신에게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세미나를 일별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당신이 라캉 정신분석에 관심 있는 연구자라면,
이 책을 읽음으로써 라캉에 대한 독해, 비판적 재구성 및 세미나 텍스트 확정 논란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다.
라캉적 지식은 바로크적이고, 즐겁고, 생기 넘친다.
사랑이 백과사전적 지식이나 탁상공론적 이론의 대상이 아닐진대, 사랑에 관한 책이 그 두께 때문에 부담스럽게 여겨진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책의 분량과 무게가 부담스러운 독자들은 서문과 결론에 대한 유기적 독해만으로도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은 받지 못하는 것을 받는 것, 얻지 못하는 것을 얻는 것"
라캉은 "사랑은 자기가 갖지 않은 것을 그것을 원하지 않는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에서 알루슈는 라캉의 경구를 이렇게 수정한다. "사랑은 받지 못하는 것을 받는 것, 얻지 못하는 것을 얻는 것"이다. 얻지 못함과 얻음이 식별 불가능하게 뒤얽혀 있는 라캉의 사랑은 내재적인 한계를 지닌 동시에 그 한계 너머로 나아가는 경험이다.
우리의 사랑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걸까?
사랑은 이상적인 이미지에 사로잡히는 데서 시작한다. 나의 연인은 내가 갖고 있지 못한 무언가를 갖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연인을 파괴해서라도 그 대상을 갈취하고자 한다. 그러나 실제로 연인은 그것을 갖고 있지 않다. 아니, 그는 "아무것도 아닌 자"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아무것도 아닌 자가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을 나에게 줄 수 있다.
모든 사랑의 주체(및 희생자)에게 이 책을 바친다.
이 책에서는 라캉이 직접 쓴 텍스트, 구두 발표문, 세미나를 구분한다. 여기저기 흩어진 라캉의 글과 말을 한데 모아 소개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타자를 홀로 있게 하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홀로 있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받게 하는 것이다"라는 라캉의 언급을 떠올리며 그 사상의 심층으로 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