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습관연구의 역사는 2300여 년으로 올라간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학문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목적으로 다양한 주제를 놓고 토론하였다. ‘습관’도 여러 주제 가운데 하나였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들이 관심을 갖는 습관의 기초이다. 이제 습관은 한정된 분야의 전문가들만의 토론의 주제가 아니라 인간행동에 관심을 갖는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의 공동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습관연구는 Aristotle(384~322 B.C.)의 저서 <니코마코스 윤리학(Nichomachean Ethics)>(1566)에 잘 소개되어 있다. 300여년이 지난 후 미국의 철학자요, 심리학자요, 의사인 William James(1842~ 1910)는 1,200페이지에 달하는 거대한 저서 <심리학의 원리(The Principles of Psychology)> 제4장 전체를 습관에 대한 철학적.생리학적.의학적 설명에 할애할 만큼 습관의 철학에 관심이 컸다. 이것이 곧 습관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의 기초가 된 것이다.
습관은 이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철학자나 심리학자의 독점적 논쟁의 주제가 아니다. 전문과학자를 포함한 지식인, 수준 높은 생활인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이와 같은 사실은 2013년 Oprah Winfrey(1954~) 사례가 잘 입증하고 있다. 그녀는 철학자도 아니요, 심리학자도 아니요, 물론 의사도 아니다. 그녀는 미국의 유명한 방송인이며, 사업가이다. 그녀는 사회적 원동력을 습관에서 찾고 있다. 이제 습관이 갖는 마법 같은 위력의 실체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를 이 책에서 자세히 다루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여기서 멈추기로 한다.
습관은 이제 제한된 전문가들의 학문적 욕구 충족을 위한 토론의 주제가 아니다. 그것은 계층을 달리하는 지식인들의 공동토론주제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습관을 우리 일상행동의 극히 적은 부분을 차지하는 하찮은 행동으로, 심리학적 연구의 변방에서 빛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것이 아니다. 습관은 개인행동의 축적된 산물이고, 그것은 개인의 가치를 형성하고, 더 나아가서 개인의 운명을 좌우하는 큰 힘을 갖는다. 습관은 하찮은 행동의 한 부분이 아닌 우리 행동의 40%를 차지하는 큰 행동의 한 부분이다. 습관은 이제 새롭게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는 첫째, 철학자들이 2000여 년 전에 개척한 습관의 주제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재조명해보았다. 둘째, 습관과 중독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모든 습관이 중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습관을 경험하지 못한 중독은 생각하기 어렵다. 물질중독으로 알려진 중독, 안정제에 의한 중독, 흥분제에 의한 중독, 진정제에 의한 중독 등 몇 가지만 골라 간략하게 기술하였다. 과학 패러다임의 변천에 따라 새롭게 출현한 ‘행동중독’의 체계도 소개하였다. 여기에는 일벌레, 인터넷 중독, 그리고 도박 등의 설명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들에게 주어진 여건은 이 책과 같이 독자가 제한된 출판물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어려운 결심을 해준 안종만 회장님과 편집업무를 맡아준 편집부의 김효선님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
2019. 5
이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