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책을 읽는가?”
그림을 통해 보는 우리가 책을 사랑하는 이유
예술과 책은 어떤 관계일까?
『예술가는 왜 책을 사랑하는가?』는 예술과 책, 인생과 책에 대해 다룬다. 사실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인쇄술 발명 이전에 책은 필경사 혹은 채색사로 불렸던 예술가의 손에서 탄생되었다. 마찬가지로 책이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그림이 책의 역할을 대신했다. 하지만 저자는 예술과 책의 관계를 애써 좋게 포장하지 않는다.
우리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독서를 시작했고, 언제나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교육받아 왔다. 그러나 다독이 인생의 성숙과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만큼 인생의 다른 부분을 놓칠 수도 있다. 독서는 행동을 미루게 하고, 세상과 맞서기보다는 세상으로부터 도피하도록 만든다. 동시에 독서를 통해 세상과 맞설 힘을 키울 수 있다. 이처럼 책은 축복이자 저주이고, 쾌락의 원천이자 고통이다. 이것이 책이 여전히 힘이 갖고 끊임없이 예술의 주제가 되는 이유다. 현대인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개탄하는 말들이 많지만 책이 너무 많고 구하기도 쉬운 오늘날에 책에 대한 열망이 옅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디지털의 시대에도 변치 않고 책을 사랑하는 이들, 책을 삶의 중심에 놓는 이들은 진정한 애서가라 불릴 만하다.
책과 함께한 예술의 역사
15세기에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 인쇄술을 발명하면서 본격적인 책의 역사가 시작된다. 물론 이전에도 책은 존재했다. 필경사들과 채식사들이 일일이 손으로 작업했던 책은 ‘예술품’이었다. 이처럼 예술과 책, 작가와 예술가의 관계는 깊고도 길다. 물론 예술과 책의 관계가 한결같았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들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은 곧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세상에는 책에 대한 여러 권의 책이 있다. 『읽기의 역사』, 『언어의 역사』, 『독서의 역사』, 그리고 물론 『책의 역사』도 있다. 여기에 ‘예술과 책의 관계에 대한 역사’가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가 바로 그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참으로 여러 의미를 지닌다. 시대와 사회에 따라 책과 독서, 그리고 독자가 처한 환경은 달랐다. 독일의 작가 브레히트는 현실이 변하면 현실을 표현하는 양식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무려 2천 년 동안이나 책은 우리의 현실과 생각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책은 예술, 과학, 기술, 종교, 정치, 사회생활, 철학, 오락, 감정 등을 모두 포용하기 때문이다.
그림에 담긴 책의 뒷이야기
책은 미묘하고 까다로운 존재다. 예술가들에게도 그렇다. 책이 인생과 예술을 성공으로 이끄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만은 확실하다. 사진가 브라사이는 책을 들고 있는 피카소의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화가는 〈책과 함께 있는 여성〉을 그리면서 그림의 모델이자 연인인 마리 테레즈의 손에 책을 쥐여 주었다. 자코메티는 뛰어난 예술가인 동시에 여러 권의 책을 쓴 저술가다. 그의 예술만큼이나 책들도 사랑받고 있다. 일찍이 조르조 바사리를 시작으로 칸딘스키와 앙리 마티스, 그리고 소설가 김승옥까지 두 영역을 넘나들었다. 또한 엘뤼아르와 피카소, 에밀 졸라와 세잔, 샤르트르와 자코메티의 교우는 유명하다. 그들은 예술과 인생을 공유했다.
『예술가는 왜 책을 사랑하는가?』는 책이 발전해 온 과정과 함께 여러 미술 작품 속에 책이 등장하는 양상, 예술가들이 책에 반응해 온 방식 등을 다루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그림들은 수세기 동안의 젠더 문제, 종교 제도, 갖가지 상징, 교육, 교통수단, 사회적 지위, 로맨스, 아이들의 상상, 문학적인 활동, 섹스, 우정, 도시의 집에서 하는 목욕, 직업적인 역량, 과학의 발견, 휴식을 돕는 수단, 성찰을 돕는 수단, 위험 등의 수만 가지를 보여 준다.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해 알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