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에 발을 딛게 한 기부현장에서의 경험들. 그 곳에서 퍼 올렸던 색색의 감정들을 홀로 품기엔 아닌가 싶어 구슬 엮듯이 글로 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집적된 글이라고 하나 세상에 바로 내놓아도 괜찮은 걸까. 잠시 두려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낸 일은, “기부자가 직접 쓴 경험서는 보기 드물다.”라는 말을 주변사람들로부터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활자화 된 글의 무게만으로, 살아있는 나무들의 생명을 앗아간 당사자가 되지 않기를 희망했지만 모르겠습니다.
한때 소극적인 기부자로 머물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얼마가 지났을까, 단체에 발걸음이 잦아져 익어가는 관계로 발전하면서 그들에게 놓인 굴절된 환경이 확대돼 다가왔습니다. 그 무렵이었을 겁니다, 여러 단체로 기부를 확장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 뒤늦게나마 그들의 미션을 따른 일로 안도했습니다. 단체가 이룬 성과물로 인해 탄탄해져가는 사유를 돌아보며 가슴이 벅차올랐으니까요. 그리고는 몇 걸음 더 다가가고픈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단체의 일에 적극 참여하고 싶은 열정도 지니게 됐던 것입니다. 단체가 마련한 행사에 얼굴 자주 내밀어 힘을 실어준 일로써 시작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는 그들과 기부자 쌍방에게 이익이 있는 일을 함께 모색해 가기를 갈망했었지요. 하지만 굳게 닫힌 현실의 문은 좀처럼 열릴 기미가 없었습니다. 오랜 기다림으로 지쳐갈 무렵, 어둠에 묻혔던 말들이 터져 나와 글로 옮겨지면서 복잡했던 마음을 달래갔던 것입니다.
글쓰기에 몰입하면 순간 마음이 정화될 때가 많습니다. 글이란 여과장치를 거치면서 혼탁해진 생각이 가벼운 수분으로 증발해버리는 일인 겁니다. 처음엔 저자가 품었던 기부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써내려가는 중에 단체로 변신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는가 하면, 전혀 다른 타자로 거듭나는 등 한껏 고양되어가는 의지와 공부할 기회를 안긴 일로 진화해 갔습니다. 이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토해 내려다, 어려운 기부의 환경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많이 부족한 글이라는 점 인정합니다.
무엇보다 기부의 실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글이 되기를 마음 기울였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경험한 기부 현장에서 보고 느끼며 아쉬웠던 부분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것입니다. 방향을 잃은 사막에서 한발 한발 퇴로를 찾아 나선 것처럼 글의 시작은 한 기부자에게 놓인 절박함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따라서 모든 모금 단체에 이 내용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으며, 나아가 확대 해석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기부자 관리시스템이 이미 잘 정착된 단체가 존립해 있을 테니까요. 아울러 기부자의 전체 입장을 대변한 글도 아니라는 점, 이에 적시합니다.
출판을 감행한 가장 큰 목적은 ‘모금’도 중요하지만, ‘디테일한 기부자 관리시스템’에 방점을 둘 시기라는 점입니다. 해마다 이탈되는 후원자의 수를 줄이고 오래 남아 지켜 줄 열성후원자를 늘리는 비결은, 바로 ‘디테일’에 숨겨져 있다고 봅니다. 대외신뢰도를 높이고 재정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단체는 이 분야를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이로써 일반인들에게 기부문화 확산에 도움이 되는 글로, 실무자들에게는 모금업무에 발효된 한줌의 비료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부족한 글을 줄입니다.
제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