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1970년대와 80년대에 신문잡지에 실은 글을 묶어서 ‘잃어버린 그림자’, ‘지중해의 회상’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일이 있다. 이 책은 1983년 초판 발행한 ‘잃어버린 그림자’를 재정비한 것이다.
오래된 글을 다시 세상에 내놓고 독자들의 눈과 머리를 어지럽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회의를 느꼈으나 지금 다시 읽어보니 비록 시대는 바뀌었으나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들로 최소한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줄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시 책을 내면서 우리사회가 1970년과 80년대와 비교하여 많이 변화하였음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신건강 정책에도 많은 긍정적 변화가 발견된다. 그러면서도 아직 변하지 않고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가로놓여 있음을 목격한다.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보이는 역사적 사실의 간극은 글 말미의 *표시의 저자주로 약간씩 보충했다.
7, 80년대는 모두 그렇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만해서 정신건강을 위협한다고 경고하고 ‘휴식’의 처방을 내렸는데 지금은 일자리를 못 구해서 강요된 휴식상태에서 속을 썩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통감한다.
그러나 모든 것은 바깥환경이 아니고 자신의 마음에 달렸다. 심리학적 지식이 살아가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나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데 의학적 심리학이 조금이라도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이 책을 다시 세상에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