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당대의 사회와 문화적 가치들을 반영하는 창이다. 이와 동시에 문학은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의 가치들을 내면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다문화 사회라는 새로운 환경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 해결 차원에서 이주노동자를 다룬 소설이 등장했다. 이주노동자는 현대 한국 사회라는 시·공간과 긴밀히 연결되어 일정한 계급적·사회적 지위로 분류하여 설명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의 인권 유린과 차별은 한국 사회의 배타적 민족의식의 결과로 우리 사회의 모순을 드러낸다.
다문화 소설의 서사 속에서 주체―타자가 서사 담론의 조건에서 어떻게 형상화 되었는지 알아보고, 다문화 사회의 타자에 대한 바람직한 인식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전 지구적 자본주의는 새로운 소수자들을 등장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자본주의로 인해 인종과 민족, 국가라는 단일성이 사라지면서 인류는 주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 따라서 이주자의 타자성은 주체와의 권력 관계에 의해 새롭게 설정되고 있다. 다문화 소설 속에 나타난 이주노동자는 한국 사회에서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갖는 주체에 의해 타자로서 심리적인 거부의 대상이 되었고, 이들은 여기에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공포감은 바로 낯선 주체와 타자의 권력 관계에서 비롯되는 정체성 혼란을 경험한 결과이다.
다문화 소설 속에서 이주노동자는 변화와 소통을 이끌어 나갈 매개자이자 타자성을 지닌 존재이다. 다문화 소설에 재현된 이주노동자는 신체 폭행과 언어폭력, 감금, 협박, 임금 체불, 열악한 노동과 주거 환경 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주노동자가 바라본 한국인의 비인간적이고 반윤리적인 모습은 우리 사회가 아직은 타자에 대한 다름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 한계점으로 드러난다.
이 연구에서 다루게 될 작품은 다문화 단편소설 7편과 장편소설 2편 등이다. 그 작품을 대상으로 한 타자의 유형은 이주노동자, 이주자, 혼혈인 등이다.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의 부제 ‘주권 권력과 벌거벗은 생명’은 절대 권력 앞에 무기력하게 내맡겨진 힘없는 생명을 말한다. 그에 반해서 레비나스 <윤리와 무한>의 타자윤리학은 윤리적 차원에서 우리와 그들의 관계가 책임감을 동반한 인격적인 만남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타자는 어떠한 경우라도 나에게 통합될 수 없는 절대적 타자성을 갖는다. 스피박은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에서 하위주체 의식을 하위주체의 존재가 아니라, 그것을 억압하는 자들의 존재에 대한 의식이라고 주장한다.
다문화 사회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서로 다른 문화적인 차이를 ‘호모 사케르’(벌거벗은 생명)에서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실현시켜야 한다. 한 인간의 생명이나 인권은 차별받지 않고 보호되어야 하며 더 이상의 폭력이 개입되어서는 안 될 것으로 본다.
이와 같이 소설 속에 나타난 서사 담론을 통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타자와 소통하며 공감하는 장을 열게 하는 데 미흡하나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