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스마트한’ 생활을 하고 있는가, ‘스마트당한’ 생활을 하고 있는가
버블에 갇힌 현대인, ‘미디어 리터러시’로 깨어나다
미국의 시민단체 무브온(Move On)의 이사장 엘리 패리저(Eli Pariser)는 그의 책 『생각 조종자들(The Filter Bubble)』에서 오늘날 미디어 환경이 만들어내는 부정적인 현상으로 이른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을 지적한다. ‘필터 버블’이란 포털 사이트, SNS 등 각종 미디어 기업들이 제공하는 개인 맞춤형 정보와 서비스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정보 편식으로 인해 사람들이 자신만의 정보 막에 갇히게 되고 그 바깥의 세상에는 관심을 두지 않게 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놀랍도록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개인의 인터넷 기록을 바탕으로 관심사를 파악하고 이에 맞게 정보를 자체적으로 필터링해 제공하는 인터넷 환경에 기인한다.
이 같은 환경에서 사람들은 개인의 관심사와 선호에 따른 맞춤형 정보에만 노출되어 늘 비슷한 콘텐츠만을 소비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의견과 비슷한 관점으로 논지를 전개하는 기사만을 좇게 될 경우 자신의 의견이 다른 많은 사람에게 지지받는다는 잘못된 판단에 이르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로써 사람들은 자신과 성향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용성은 낮아지는 동시에 기존 태도나 성향은 오히려 극단적이 되며 사회적 차원에서는 공공적 사안에 대한 관심이나 정보 추구 자체가 줄어들게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서비스가 날로 똑똑해지고 있고 사람들은 이를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사람들은 거대한 정보 기업들이 만들어낸 아주 미미한 버블에 자신이 갇힌지도 모른 채 ‘스마트기기’로 불리는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스마트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자부심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이 같은 현상이 무섭게 느껴지는 것은 오늘날 현대인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루의 시작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각종 미디어와 함께한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에 자리하게 된 미디어는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더욱 다양해지고 복잡해졌다. 단순한 미디어를 넘어 디지털 환경의 미디어가 등장한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환경에서 뉴스, 동영상, 광고 등이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오늘날 사람들은 미디어 콘텐츠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정작 많은 사람이 미디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며 무의식적으로 콘텐츠를 끊임없이 소비한다. 바로 여기에서 문제의식이 발생한다. ‘미디어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 즉 ‘미디어 리터러시’가 결여된 무의식적인 미디어 소비는 우리의 삶에, 나아가 전체 사회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오늘날 다양한 이유에서 이 같은 미디어 리터러시의 필요성이 등장하며 이는 성숙한 민주사회의 요건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미디어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주체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
미디어 리터러시를 길러야 하는 이유와 그 중요성에 대하여
방송통신위원회는 2018년 주요업무계획으로 ‘국민의 미디어 역량을 강화하고참여를 확대한다’를 선정하고 모든 국민이 소외되지 않고 향유할 수 있도록 청소년, 노인,주부, 장애인 등 맞춤형 미디어 교육을 확대하고 관련 기관을 구축한다는 방침을 마련했다. 이렇게 정부가 전 국민의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을 주도하는 이유에는 오늘날 미디어 이용이 하나의 일상 습관으로 자리하게 된 것도 있겠지만 각종 뉴스를 장식하는 미디어 이용의 폐해, 미디어 콘텐츠의 부작용 등등의 부정적인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미디어가 활성화되면서부터 계속해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음란물과 불건전한 정보, 소셜 미디어 집착으로 인한 주변인과의 단절 및 자기소외, 작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가짜뉴스까지 미디어가 발전할수록 더욱 진화된 폐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미디어 환경’으로 정의되는 오늘날 미디어 생태계 전반에서 미디어 콘텐츠 생산, 유통, 소비, 전파 등 많은 것이 이전과는 달라졌으며, 새로운 성격의 미디어와 새로운 방식의 미디어 플랫폼이 탄생하고 이에 따른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가 날마다 출현하고 있다. 이들 미디어와 콘텐츠의 가치와 긍정적 또는 부정적 효과에 대해서는 관련 업계 사람들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처럼 고도화된 미디어 환경에 노출된 사람들의 의식은 제공되는 편리함에 익숙해져 더욱 단순화된다는 것에 있다. 미디어에 둘러싸인, 혹은 미디어가 지배하고 있는지도 모를 상황에서 현대인은 미디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또 어떻게 제대로 활용해야 하는지 모르며, 생각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미디어를 이용하며 콘텐츠를 소비한다. 미디어 기업들의 교묘한 셈법 아래 인공지능이 더해진 치밀한 환경에서의 수동적인 현대인의 미디어 이용의 결과는 단순한 현상적 폐해에 그치지 않을 것이며 끝내는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따라서 오늘날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미디어 리터리시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증진해야 우리는 깨어 있을 수 있다. 콘텐츠를 생산한 누군가의 의도에 조정당하지 않고 내 생각대로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 개인정보의 노출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고, 올바른 정보와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소비하며, 다른 사람과의 소통 속에서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데 참여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 미디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건강하게 활용하기 위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디어 리터러시의 개념 정리부터 향상을 위한 실천 방안까지 총망라한 종합서
계속해서 불어닥치는 미디어 열풍과는 상대적으로 국내 상황에 맞는 미디어 이용에 대한 종합적 가이드라인 부재,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미디어 교육 등의 현실을 타개하고자 국내 내로라하는 미디어학자들이 속한 한국방송학회 미디어교육연구특별위원회는 장기간 미디어 리터러시 향상을 위한 방안에 대해 연구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미디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활용』이다. 8인의 미디어학자들은 ‘미디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건강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미디어 리터러시를 증진해나가야 한다’는 목적 아래 미디어의 속성과 특성을 개괄하며 오늘날 미디어 리터러시가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 이론을 종합하는 동시에 오늘날 미디어 콘텐츠의 주를 이루는 뉴스, 영상, 개인방송, 광고, 게임 같은 분야별 미디어 산업 현황과 특징 그리고 관련 미디어 리터러시를 향상할 수 있는 방안까지 세세하게 제시한다.
이 책은 미디어에 관심 있는 학생, 미디어 교육에 관심 있는 선생님과 학부모, 미디어를 잘 알고 싶은 성인까지 쉽게 읽어볼 수 있게 기술했으며, 각 장마다 제시한 활동들은 독자가 스스로 해볼 수 있고 미디어 관련 수업을 운영하는 선생님이 학생과 함께 해볼 수도 있도록 구성했다. 이를 통해 독자의 미디어 이용행태나 미디어 리터러시를 평가해보고 고치거나 향상해야 할 부분을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