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학,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국 언론학은 학문적 위상이나 세속적 인기도에서 이른바 ‘잘 나 가는’ 분야로 통한다. 1990년대 후반 IMF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다소 퇴색했지만 언론학은 여전히 학문 세계나 대학 내에서 상당한 위상을 누리면서 자기 분야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보여 준다. 언론학은 20세기 중반 이후 등장한 여러 신생 학문 중에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통한다. 그런데 이러한 통념은 과연 사실일까? 늘 그렇듯 이 통념은 대개 진실과 오류가 혼재된 복합적 판단에 가깝다. 강한 자부심과 자신감은 발전의 원동력이 되지만 때로는 자기반성과 성찰을 방해한다.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이 시대 환경이 바뀐 후에도 통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끼어들기 쉽고, 이는 새로운 방향 모색에 대한 관심을 해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언론학은 어떤 학문을 해 왔고 앞으로 어떤 학문을 추구해야 하는가? 좀 더 구체적인 수준에서 보자면 이론적 발전이나 현실 세계에 대한 기여도 측면에서 언론학의 각 연구 영역에서 이루어진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만일 여기에 문제가 있다면 기존의 학문하기 방식을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재고해야 하는가? 특히 신문과 텔레비전으로 대표되는 전통적 미디어의 시대가 저물고, 이용자 플랫폼 위주의 새로운 지형이 급속히 떠오르는 지금,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은 현실에서 중요한 이슈를 발굴하고 해답을 찾는 데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해 여러 주제별로 해답을 모색한다.
지식은 학문이라는 장에서 통용되는 관행의 산물이며, 학문 역시 지식이라는 장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행위다. 이 책은 ‘언론학은 어떤 학문을 추구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오랫동안 해온 언론학자가 원론적인 차원에서의 문제 제기부터 시작해 구체적으로 언론학 내에서 세부 연구 영역별로 접근해 심도 있게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