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분노도 질투도 모호함도 진심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해진 삶의 궤도를 이탈해 버린 그, 현건일
“결혼할까 해. 너랑. 어차피 도박이라면, 나를 맡기기엔 네가 제일 안심이 돼.”
K건설 본부장으로 까칠하고 제멋대로인 안하무인 재벌 3세지만 한 번도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본 적 없는 집안의 꼭두각시. 그의 모든 걸 탐탁지 않아 하는 할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며 살아 왔다. 그를 둘러싼 말도 안 되는 스캔들이 터지자 건일은 마침 눈에 걸린 시은에게 계약 결혼을 제안한다.
강가의 물안개처럼 차갑고 서늘한 그녀, 정시은
“끝이 정해진 사랑은 줄어드는 사탕 단지처럼 안타까운 거야. 나는 그저 그런 사랑을 하고 있는 것뿐.”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대학 선배였던 건일에게 취직을 부탁한다. K건설에 입사한 뒤 건일의 개인적인 심부름으로 조금 가까워졌나 싶을 무렵, 그가 한 가지 제안을 한다. ‘가장 심플한 관계’인 결혼. 시은은 그가 원하는 아내 노릇을 잘 해낸다.
계약 관계 이상의 마음은 절대 내주지 않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