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연애가 지겨워지길.
광기와 욕망만 난무한 이런 불장난 같은 연애.
남김없이 타오르기를, 한 줌 재조차 남기지 않기를.
미래를 약속한다는 거짓말조차 해 주지 않는 남자, 남기준
남빛 병원 병원장인 아버지와 이사장인 어머니의 장남. 자신만만한 태도와 쿨한 성격까지. 다 가진 듯 완벽해 보이나 그의 것은 아무것도 없다. 험하고 불편한 일은 모두 그가 도맡고, 동생이 높이 서도록, 멀리 날도록 튼튼한 지지대가 되어 줄 것. 그가 이번 생에서 정한 목표였다. 그런 기준의 눈에 지은이 들어오고 그는 심심풀이 연애를 제안하지만 그 끝이 두렵기만 하다.
한없는 행복과 끝없는 불안을 동시에 주는 여자, 이지은
섬세한 얼굴과 서늘하고 조용한 눈빛 속 상처가 숨어 있다. 자신에게 관심을 표하는 기준을 무시하며 거리를 둔다. 분에 넘치는 남자를 만난 가난한 여자의 사랑이 어떻게 끝났는지, 엄마를 통해 온몸으로 배웠기 때문에. 그러나 충동적으로 시작한 연애에 지은은 사랑의 무게를 느끼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나 곧 약혼해. 넌 그냥 심심풀이가 될 거야. 그래도 좋아?”
모순, 혼란, 번뇌
연애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