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 황선미가 꼽은 작가 인생 최고의 작품!
전세계 1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어 세계인을 사로잡은 또 한 편의 고전!
웅숭깊은 시선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로 전 세대를 울리다!
- 출판칼럼리스트 한미화
개를 팔아 용돈벌이를 하는 외로운 노인 목청과
새끼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씨어미 삽살개 장발의
삶과 꿈, 만남과 헤어짐, 갈등과 화해!
“어린 것들은 자라고, 늙은 것들은 지쳤어. 겨울이 뭘 감추고 있는지 겪어 봐야 안다니까.
겨울은 비밀이 많지.“ -《푸른 개 장발》 중에서
개를 팔아 용돈벌이를 하는 무뚝뚝한 노인 목청 씨. 목소리가 하도 커서 개들에게 ‘목청 씨’라 불린다. 목청 씨네 집에 강아지들이 태어났다. 형제들과 다르게 태어난 장발은 새까맣고 북슬북슬한 털이 눈을 덮을 정도라 이름도 ‘장발’이다.
태어나 맞은 첫 겨울, 장발은 개장수에게 어미와 형제들을 빼앗긴다. 어미가 된 어느 겨울에는 제 배로 낳은 자식들이 팔려가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한다. 장발은 목청 씨를 향해 원망의 울음을 터뜨려도 보고, 반항심에 그의 팔을 물어도 보고, 단식 투쟁을 하기도 하고, 가출도 감행하며 자신의 설움과 의지를 내보인다.
무수한 겨울을 거치며 점점 갈등의 골이 깊어가는 장발과 목청 씨. 병에 걸린 목청 씨와 가족들이 집을 비운 어느 초겨울, 돌봐주는 이 하나 없이 추위와 허기에 지친 장발은 목청 씨를 떠올린다.
“너와 술을 나눠 먹다니. 쓸쓸한 이 마당에 같이 있는 게 바로 너라니. 허헛 참…….”
목청 씨가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장발은 느긋한 기분이 되어 길게 엎드렸다.
-《푸른 개 장발》 중에서
작품 속에는 인간과 개, 개와 고양이, 고양이와 닭 등 여러 가지 관계가 중첩되어 있다. 작가는 이들 중 누구도 우위에 서서 따뜻하거나 감상적인 교감을 나누게 하지 않는다. 그들 모두를 인간과 동등한 무게로 바라보고, 서로 다르기에 생길 수밖에 없는 거리와 그로 인한 갈등을 그대로 그려낸다.
깊은 속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무뚝뚝하고 부루퉁하게 표현하는 목청 씨와 늘 주인의 사랑에 목말라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늘 그 품을 벗어나고픈 장발의 모습은 부모 자식 관계를 연상시킨다. 아픈 몸을 이끌고 자식과 손자들을 위해 달팽이 계단을 만드는 목청 씨에게서 팔려간 새끼를 찾아 아픈 몸을 이끌고 다니는 자신을 발견하는 장발. 죽어가는 자식을 애써 담담하게 토닥이는 장발에게서 자신을 보는 목청 씨. 부모가 되어서야 부모를 이해하게 되는 자식, 자식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부모가 긴 갈등과 원망을 접고 온 마음으로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듯 장발과 목청 씨 또한 그렇게 화해한다.
그런가 하면 장발과 늙은 고양이는 늘 티격태격 다투고, 서로에게 아픔을 주는 라이벌을 연상시킨다. 세월이 지나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두 동물은 자신의 가장 약한 모습마저 내보일 수 있는 친구가 된다.
“사는 게 원래 그런 거잖아. 헤어지기도 하고, 죽기도 하고.”
헤어지면 모두 불행해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서 고마웠다.
-《푸른 개 장발》 중에서
그렇게 서로 화해를 한 늙은 고양이도, 장발도, 목청 씨도 모두 세상을 떠난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장발의 첫 새끼 흰둥이가, 목청 씨의 손주 동이가, 늙은 고양이 대신 들어온 새끼 고양이가 사라진 이들을 대신해 그 다음을 살아내고 새로운 관계를 맺어나갈 것이니까.
“이 작품 《푸른 개 장발》은 마치 오래된 담장 너머의 ‘무엇’ 같다.
나에게 이런 ‘무엇’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길고 힘들었던 겨울이 저물고 있다. 새 봄이 시작되고 있다. 황선미가 그려낸 저무는 것, 그리고 시작되는 것들과 함께 저마다 가슴 속에 자리한 ‘무엇’을 꺼내 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