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판타지 창작에 날개를 달아줄
독특하고 이색적인 중동의 판타지 백과사전
한국인들한테 중동은 그리 익숙한 곳이 아니다. 당연한 일이다. 물리적 거리가 굉장히 멀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중동과 크게 얽힐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에게 중동은 다소 생소한 지역으로 여겨지곤 한다. 그렇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중동의 판타지 세계관에는 아주 익숙하다. 에덴동산, 아담과 하와(이브), 인류를 유혹한 뱀, 선악과, 바벨탑 사건, 대홍수와 노아의 방주,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 사건 등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공동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 전체 인구의 약 4분의 1에 달하는 1200만 명이 기독교 계열의 종교인 천주교와 개신교를 믿고 있으니 우리가 중동의 판타지 세계와 동떨어져 있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고대 중동에 존재했던 수메르, 바빌론의 창세 신화와 세계의 종말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중동의 판타지 백과사전》은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고대 문명과 조로아스터교, 마니교와 같은 소수 종파의 판타지 세계, 그리고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캅카스 지역과 사람들(아르메니아, 조지아, 오세트족, 바이나크족)의 신화와 전설을 정리하여 소개한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같은 종교와 관련된 내용을 판타지 분류에 놓고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일부 독자는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 종교 경전에 기록된 세계관에 중동 이라크 지역의 고대 문명인 수메르와 바빌론 신화 및 시리아의 고대 문명인 우가리트나 요르단의 문명인 가나안 지역 신화와 전설이 끼친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그러므로 고대 중동의 신화와 전설을 들여다본다면 각 종교를 더욱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캅카스 지역은 유럽의 중심부와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유럽보다는 중동 쪽에 더 가깝고 오래 전부터 중동과 교류하면서 다양한 영향을 주고받았기에 중동의 판타지 세계로 편입하여 소개하는 편이 낫다고 여겨, 저자는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지역의 신화, 전설, 민담 속에 등장하는 진귀한 존재들을 발굴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므로 《중동의 판타지 백과사전》을 읽는 독자들은 중동 지역의 국가와 종교 간에 얼마나 많은 교류가 있었는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중동의 신화, 전설, 민담이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같은 세계적인 종교의 경전에 스며들어 영향을 끼친 바가 크므로,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그 안에서 숱한 신, 악마, 천사, 영웅, 괴물, 정령과 같은 판타지적 존재가 교류하고 상호 수용되고 변형된 흔적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중동의 판타지 백과사전》은 한국적인 판타지 세계관을 담아냈던 《한국의 판타지 백과사전》, 중국의 진귀한 옛이야기에서 가려 뽑은 기상천외한 존재들을 담은 《중국의 판타지 백과사전》의 후속작이자 ‘판타지 백과사전’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21세기 한국에서 판타지 창작에 날개를 달아줄 소재를 모아 세상의 시작, 인류의 출현과 대홍수, 신비한 보물들, 신비한 장소들, 영웅과 예언자, 신과 악마와 천사들, 괴물과 정령들, 사후 세계, 세상의 끝 등 9가지 항목, 100가지 이야기로 정리했다. 《중동의 판타지 백과사전》에는 인간의 역사가 고립이 아닌 교류와 수용의 발자취임을 공유하고자 하는 저자의 바람이 함께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