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감은 드보르작 애인감은 쇼팽, 리스트
절친으로 삶고 싶은 작곡가는 멘델스존 …
- “음악을 설명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그 작곡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
‘남편감은 드보르작, 애인은 쇼팽 아니면 리스트, 절친은 멘델스존 아니면 브람스.’ 150년 전 파리 살롱 음악회에 있었더라면 저자 이경미는 이렇게 말했을 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그는 책을 통해 맘껏 이야기하고 나눈다. 위대한 작곡가 스무 명의 또 다른 얼굴, 그가 이 책에 담은 전부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 음악가를 떠올릴 때 그의 음악을 중심으로 기억하고 그린다. 알려진 게 그 뿐이니 더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머릿속 음악가의 모습이 아주 다양해질 것이다. 이를테면 ‘다다다 단!’하는 소리, 흐트러진 머리칼이 베토벤과 함께 연상할 수 있는 모든 이미지였다면 이제는 그가 사랑한 여인의 집에서 연주하는 모습, 구구절절 사랑편지를 쓰는 모습까지 더해진다.
리스트가 결혼 생활 중 만난 피아니스트 마르 모크와 쇼팽의 방에서 밀회를 즐겼을지, 브람스가 슈만의 아내인 클라라에게 남다른 애정을 쏟았을지 어느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혹, 이 책이 음악가의 숨겨진 러브스토리만 풀어낸다고 미뤄 짐작하진 말자. 어떻게 자랐는지, 어떻게 음악을 시작했는지, 어떤 남편이었는지 혹은 어떤 괴짜였는지, 누구와 친하게 지냈는지, 왜 빨리 죽었는지, 저마다 생애를 담담하게 담고 있으니 말이다.
책장 어느 구석에 꽂혀있을 무거운 위인전도 아니다. 마치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지인의 비밀을 이제야 알게 된 듯, 때로는 실소가 때로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총 242 페이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스무 명 음악가 각각의 일화가 책을 가득 채웠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부터 모차르트, 슈베르트, 베토벤, 쇼팽, 차이코프스키 등 그들의 면면은 그들의 음악을 이해하는 데 색다름을 안긴다. 어쩌면 그들의 음악을 더 사랑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페이지 중간 중간에 입혀진 일러스트레이션도 이 책의 또 다른 재미요소다.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 조언한다. “음악을 설명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그 작곡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라고. 피아니스트 이경미가 선택한 스무 명의 남자, 그들의 이야기가 멀게만 느껴진 클래식 음악을 친숙하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