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애독자님들의 성원에 힘입어 「헌법학」 제19판을 상재한다. 40년에 이르는 헌법학교수와 공직을 마무리하고 오래 만에 여유가 생겨 「헌법학」을 전면적으로 재조명할 시간을 가졌다. 지난 20년 간 보충만 하던 헌법재판소 판례는 주요 판례 중심으로 대폭 정리하였다. 헌법학 일반이론도 기본서로서 필요한 범위로 한정하여 논의하고 최근 발표된 헌법학자들의 소중한 논저들을 충실히 반영하였다. 선거제도, 정치제도 일반이론 등은 대폭 수정하였다. 그 외에도 거의 모든 내용에 걸쳐서 수정과 보완을 가하였다. 이에 제19판은 사실상 전면 개정판이라 할 수 있다. 예년과 같이 지난 1년간 개정된 법률과 새 판례를 2019년 1월 20일 현재까지 반영하였다. 정부조직법,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법원조직법,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소위 ‘드루킹특검법’ 등을 비롯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와 그에 따른 대체복무제도, 집회의 자유 등에 관한 판례도 충실하게 반영하였다. 특히 국회법․‘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한글 표기 변화 등으로 전면적인 개정이 이루어져 세심하게 반영하였다. 하지만 본문을 30여 면 줄임으로써 연구서로서의 품격과 기본서로서의 안정감을 동시에 추구하였다.
지난 2018년은 1948년에 제정된 대한민국헌법 70주년이다. 1948년 7월 17일 제정된 헌법에 근거하여 8월 15일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다. 1948년에 제정된 헌법은 1919년에 수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大韓民國臨時政府)의 법통(法統)을 이어받았음을 분명히 한다. 제헌헌법은 5천년 역사에서 최초로 모든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로 실시된 1948년 5월 10일 제헌의회 의원선거로부터 비롯된다. 비록 분단된 남쪽에서만 실시된 선거이긴 하지만 민주주의의 고향이라는 영국에서 1928년 보통선거를 실시한 지 불과 20년 후라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의를 결코 과소평가하여서는 아니 된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법적 토대를 마련한 7월 17일 제헌절은 1949년 10월에 제정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따라 1950년부터 법정공휴일이 되었다. 그런데 2008년부터 법정공휴일에서도 제외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70주년의 그 역사적 의의를 평가하거나 자축하는 행사도 마련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법정공휴일이 아니니 제헌절 노래(정인보 작사, 박태준 작곡)조차 잊어버린다.
1. 비 구름 바람 거느리고인간을 도우셨다는 우리 옛적삼백 예순 남은 일이 하늘 뜻 그대로였다삼천 만 한결같이 지킬 언약 이루니옛 길에 새 걸음으로 발 맞추리라이 날은 대한민국 억만 년의 터다대한민국 억만 년의 터
2. 손씻고 고이 받들어서대계의 별들같이 궤도로만사사없는 빛난 그 위 앞날은 복뿐이로다바닷물 높다더냐? 이제부터 쉬거라여기서 저 소리 나니 평화오리라이 날은 대한민국 억만 년의 터다대한민국 억만 년의 터
1948년에 제정된 대한민국헌법은 1987년에 이르기까지 아홉 차례의 개정이라는 잔혹한 시련을 거쳤다. 하지만 1987년 헌법은 이제 30년을 훌쩍 넘어서서 헌법의 안정을 구가한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에 헌법개정안을 제시하였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역사의 창고로 들어가 버렸다. 헌법개정은 정부와 국회의 여야가 합의하지 아니하는 한 불가능하다는 점은 국회 특별의결정족수 3분의 2가 이를 증명한다. 나라의 터전이자 기본법인 헌법의 개정 논의가 정쟁의 희생양이 되어버려 안타깝기 그지없다.
2019년은 3․1운동 백주년이자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백주년이다.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의 법통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로부터 비롯됨을 헌법전문에서 명시하고 있다. 자주독립국가를 향한 한민족의 염원이 발원한 3․1운동으로부터 주권재민의 공화국을 선포한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오늘을 살아가는 민주공화국의 유산이자 법통이다. 이제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백주년을 맞이하면서 미래를 향한 대한민국을 향하여 나아가야 한다. 이제 소모적인 건국절 논쟁으로부터도 벗어나야 한다. 선조들의 위대한 유업을 삼일절 노래와 더불어 재음미하고자 한다.
기미년 삼월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 독립 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이 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한강은 다시 흐르고 백두산 높았다
선열하 이 나라를 보소서
동포야 이 날을 길이 빛내자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지형이 숨 가쁘게 돌아간다. 분단의 현장인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4․27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싱가포르에서 6․12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분단의 마지막 현장인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된다. 이런 분위기는 6․13 지방선거에서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압승과 자유한국당의 참패로 귀결되었다. 이제 정치인들의 정치인들만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리민복을 위하여 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열어야 한다.
격동의 국제정세 속에 국내적인 혼란과 위기가 대두될수록 성숙한 민주시민은 선의지(善意志)에 입각하여 이기적인 자아를 통제하면서 공동선(共同善, common good)을 구현할 수 있는 인격체로서의 소명을 다하여야 한다. 민주시민은 생활 속에서 법과 원칙을 존중(生活法治)하는 가운데 우리 사회를 “선(善)한 사람들의 공동체”로 거듭 태어나게 하여야 한다.
독자들께서는 「헌법학」 관련 저자의 저서들을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 「헌법학입문」(제8판, 2018), 「판례헌법」(제4판, 2014), 「헌법소송론」(2012), 「대한민국헌법사」(2012), 「헌법 판례백선」(2013) 등이 있다. 민주시민의 동반자여야 할 헌법을 쉽게 이해하기 위하여서는 「만화 판례헌법 1. 헌법과 정치제도」, 「만화 판례헌법 2. 헌법과 기본권」(2013)을 비롯해서 저자의 칼럼집인 「우리헌법일기」(2014),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과 법학교육」(2014)을 권하여 드린다. 그간 저자가 국민의 생활헌장으로서의 헌법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현실에 기초한 생활법치를 강조하여 왔던바, 2014년에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한 석학인문강좌(제67호)의 「헌법과 생활법치」(세창출판사)도 뒤늦게 출간되었다.
40년에 이르는 헌법학자의 여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