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첫 장에서는 생명체들의 특별한 화학적 움직임을 통해 무엇이 어떻게 자연을 자연스럽게 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생명체는 태양 에너지의 창조물이며 세포라는 기본 단위로 만들어져 있다. 아울러 자연은 물로 만들어진 완벽한 완충계이며 서로 소통하며 다양성과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살폈다.
자연은 인간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자연만의 언어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서 자연은 소통해야 한다.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도 소통한다. 미생물도 집단 행동을 위해 소통하고, 앞산의 암컷 나방은 뒷산의 수컷 나방과도 서로 소통해야 한다.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이 감히 동물과 곤충을 조정하기도 한다. 두 번째 장에서는 생명체가 왜 소통해야 하며 어떻게 소통하고 활용하는가를 다루었다.
그러면 자연은 어떻게 소통하는가? 따지고 보면 자연의 언어는 화합물이라는 단어와 화학이라는 문법을 이용해서 소통한다. 자연의 생명체는 탄소를 주축으로 만들어져 있고, 자연은 그런 탄소 화합물(소위 유기물)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자연의 특성은 구성된 원소들의 속성과 작용기에 의해 지배된다. 세 번째 장에서는 단백질, DNA, RNA 및 헤모글로빈의 기능은 어디에 기인하며 어떻게 그런 기능을 발현하는가를 다루었다. 따지고 보면 화합물은 자연의 마술 도구인 샘이다.
네 번째 장에서는 세포를 조금 더 화학적으로 들여다보았다. 흔히 생물의 기본 단위는 세포라고 한다. 세포는 잘 설계된 생화학 반응 용기이다. 세포막은 유리 플라스크이며, 세포 소기관들은 에너지를 공급하는 에너지 공급원이며 반응 조절 기능을 한다. 일반적으로 합성 화학자가 새로운 물질을 만들려면 우선 필요한 반응 장치를 설치하고, 필요한 물질을 필요한 양만큼 넣고 적절하게 에너지를 조절해야 한다. 그러나 세포에게는 그런 일을 대신할 수 있는 누군가(실험자)는 없다. 이 모든 화학적 활동을 세포 스스로가 해야 한다. 놀랍게도 세포는 이 모든 화학적 활동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잘 해결한다. 세포는 최고의 합성 화학자이다.
자연의 생명체가 자연스럽게 생존하고 번식하는 것은 완벽한 화학적 활동의 결과인 셈이다. 유전 정보의 전달, 완충계의 보존, 종의 다양성의 확보, 에너지 생산과 보존과 활용 및 자신이나 다른 종과의 소통 등 이 모든 것으로 자연은 지혜로워진다. 마지막 장에서는 자연의 스마트한 화학적 현상을 살펴봤다.
이 작은 지식의 나열과 들춰봄이 자연을 새로운 관점으로 이해하고 자연의 화학적 거동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