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음반이 다른 음반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있을까?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연주에 대한 판단은 순전히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연주회나 음반 평만 읽어 봐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의견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 그러면 셀 수 없이 다양한 음반 중에서 몇 개만을 선택해야 할 때 어떤 기준으로 결정을 할까? 이 질문은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클래식 1001』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화두이며 책을 펼쳐든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일 것이다.
초기의 송가에서부터 현대의 아방가르드 음악에 이르기까지…
곡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작품이 클래식 음악으로서도, 해당 작곡가의 작품들 중에서도 ‘위대함’을 지니고 있는 곡을 정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므로 이 목록에는 단순히 ‘유명한’ 곡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천 년의 시간 동안 클래식 음악계에 출현했던 수많은 천재와 훌륭한 음악을 싣기 위해서 덜 유명할지라도 ‘꼭 들어야 할’ 음악도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 또한 희귀 음반들도 적합한 지위를 누릴 수 있게 했다.
꼭 들어보아야 할 클래식 곡을 연대순으로 집대성한 이 책은 영국, 유럽, 미국과 호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음악 비평가와 학자 등이 대거 참여해 집필되었다. 저자들은 자신들의 지식을 총동원해 작곡가가 해당 작품을 쓰던 당시의 역사적 배경과 곡에 미친 영향까지 분석해 놓았으며 음악에 관한 어록이나 작곡가 및 연주자들의 말과 글을 수록함으로써 읽는 재미도 첨가했다.
아무리 음질이 뛰어나고 잘 재생된 CD라 할지라도 실제 연주되는 생생한 음악과는 비교할 수 없다. 현장에서 연주자와 청중 사이에 형성되는 독특한 유대감을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겠는가. 1001곡의 가장 위대한 음악 작품을 묶어 놓은 이 책의 등장으로 음반 판매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나아가 음악을 듣기 위해 공연장을 직접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잦아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