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자 시인의 『옆에만 있어줘』는 직접 그린 문인화풍의 그림과 동시가 함께 어우러진 독특한 동시집이다. 시인의 말처럼 “일상의 모든 일들은 자연과 사물과 사람 사이의 관계 안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시인은 자신의 동시에 손수 그림을 그려 넣으면서 이 세상의 ‘관계’에 보다 가까이 다가서 있다. 자연과 사물은 삶의 한 자리에 모여 중요한 관계를 이루기 때문이다. 현대화 된 도시의 삶은 자연과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러나 시인이 바라보는 세상의 모든 것들은 삶의 관계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살아가는 일의 아름다움에 다가서 있다. 바람이 불고, 꽃이 피고,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동안 우리의 삶도 한껏 풍요로워진다. ‘0’이라는 숫자는 자칫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시인의 마음은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함께할수록 더욱 빛을 낼 수 있는 새로운 존재의 의미를 찾아낸다. “넌 옆에만 있어줘/그럼 10, 20, 30………/얼마나 우리 힘이 커지는데………” 김귀자 시인의 동시집 『옆에만 있어줘』는 동시와 문인화풍의 그림이 섬세하게 어우러지면서 또 다른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마주하고 깨닫는 순간들을 아로새기고 있다.
이번 동시집은 현대화 된 삶 속에서도 자연과 떨어져 있지 않으려는 시인의 고결한 시선을 담아내고 있다. “봄비가 나무들에게/문자를 보냅니다”라고 말하는 시인은 자연을 단순한 소재로 인식하지 않고 메마른 현대의 삶을 생명의 아름다움으로 껴안으려 한다. 동시집에 해설을 덧붙인 박두순 시인은 “올봄엔 연둣빛이 유행이라는 것과 나무가 문자를 보고 연둣빛을 뽑아 올린다는 표현이 시의 맛을 한층 더한다. 마치 우리가 카톡을 주고받듯이 상상해 써서 읽는 즐거움을 한껏 높인다. 이런 시는 사물을 남다른 눈으로 바라볼 때에 얻어진다.”라고 말하고 있다.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익숙해지거나 남에게서 배운대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우치고 세상의 이치와 맞닿으려는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귀자 시인의 동시를 읽는 어린이들이 이러한 남다른 시선과 사물에 다가서는 섬세한 손길을 느끼게 된다면 점차 성장해가는 동안 자기만의 세계를 가꾸어 나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