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2012년 국제사법과 국제소송 제5권을 간행한 뒤 이제 6년 여 만에 제6권을 상재한다. 일차적으로는 저자가 게으른 탓이지만, 국제상사중재에 관한 논문을 국제상사중재법연구 제2권으로 묶고, 문화재법에 관한 몇 편의 논문을 국제사법과 국제소송 제7권에 포함시키고자 제외하고, 국제사법과 국제소송 제8권에 묶을 국제친족법에 관한 논문을 제외한 탓이기도 하다. 제6권과 비슷한 시기에 국제상사중재법 제2권을 간행하고, 제7권은 가능하면 2019년 중에 간행할 예정이다. 늦었지만 제6권을 간행하게 되니 작은 보람을 느낀다.
제6권에서는 전과 마찬가지로 광의의 국제사법의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 특히 의미가 있는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징용에 관한 논문이다. 징용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한 2012년의 기념비적인 대법원 판결을 다룬 두 편의 평석이다. 양자는 논문으로 간행한 뒤 남효순 교수가 편자가 된 단행본에도 수록되었기에 재록하기는 다소 주저되었지만 저자의 논문을 묶는 자리에 빠져서는 아니 될 것으로 생각되었고,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3다61381 전원합의체 판결이 일본 기업(신일본제철)의 상고를 기각하고 위 판결을 확정하였기에 더욱 그러하다.
둘째는 동아시아와 남북한 법률관계에 관한 논문이다. 저자는 2014. 10. 11. 중국 연길의 연변대학에서 개최된 두만강포럼(제7회)의 법률분과에 참석하기 위해 어릴 적 아버님으로부터 많이 들었던 ‘간도’의 연길을 처음 방문하였다. 이를 계기로 “한중 사법공조의 실천현황과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논문[15]을 작성하였고, 1년 뒤인 2015. 12.에는 “남북한 주민 간 법률관계의 올바른 규율: 광의의 준국제사법규칙과 실질법의 특례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13]을 발표하였다. “국제민.상사분쟁해결에 관한 동아시아법의 현황과 미래―조화와 통일의 관점에서―”라는 제목의 논문[14]은 그런 관심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또한 2014년 6월에 시작한 국제사법 개정작업의 결과 국제사법 전부개정법률안을 성안하고 공청회를 개최한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다만 저자가 개정안에 관하여 발표한 논문들은 별도의 단행본이나 제7권에 수록할 계획이라 여기에는 전에 발표한 논문들(논문[9]와 [10])만을 수록하고 이를 보완하는 의미에서 2018. 2. 27. 법무부 공청회에서 저자가 발표한 글을 위 [9]의 보론으로 수록하였다.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개정안이 원만하게 입법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여기에서 한 가지 독자들의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과거 제1권부터 제5권까지를 간행할 때에는 간행시점을 기준으로 그 전에 발표했던 논문을 최대한 update하고자 노력하였으나 제6권에서는 그 작업을 줄이고 간단한 후기를 적기로 하였다. 무엇보다 작업이 힘들고 많은 시간을 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관련되는 본문이나 각주에서 조금씩 보완하는 작업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기존 논문의 전재는 큰 의미가 없다고 여전히 믿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난 3월 22일 한국국제사법학회 회장에 취임하였다. 1993년 창립 시 거의 막내로서 학회활동을 시작했던 회원으로서 25년 만에 회장에 취임하니 감회가 남다르다. 지난 6월 20일에는 “한국 국제가족법의 회고, 현상과 과제”라는 대주제로 서울가정법원과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종래 국제사법 교수들과 전문가들 특히 실무가들의 경우 국제가족법에 관심을 가지는 분은 많지 않고, 실무를 다루는 가정법원의 판사들 중 일부는 심각한 국제사법적 사고의 빈곤을 보여준다. 해서 이런 기회를 통하여 국제사법의 실천적 의미를 일깨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사건을 다루는 판사들이 제대로 국제가사사건을 다룰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광의의 국제사법 연구자로서 느끼는 가장 큰 아쉬움은 한국의 로스쿨들과 법과대학들이 국제사법 전임교수를 채용하지 않는 점이다. 이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국제사법만을 담당하는 교수는 기대하지도 않지만, 국제거래법 또는 다른 과목과 묶어서 국제사법을 담당하는 전임교수조차 뽑아 주지 않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광의의 국제사법학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하지만 이 책에 수록한 논문들과 판례평석을 보면 고난도의 국제사법 쟁점들이 우리 법원에서도 이미 제기되고 있고 법원이 그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늦게나마 이런 문제들에 대해 답을 제공하는 것이 저자의 임무라고 생각하기에 그런 작업을 하면서 작은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논문 발표와 관련하여 근자에 저자가 크게 아쉽게 느끼는 점이 있다. 이는 서울법대 법학지에 논문을 게재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다. 저자는 2007년 10월 서울법대로 자리를 옮긴 후로는 서울법대 법학지에 왕성하게 논문을 기고하였으나 2017년 3월 게재된 논문을 마지막으로 그 후로는 아예 투고를 하지 않는다. 이는 본교에 재직 중인 교수들이 투고할 경우 연구재단의 학술지 평가에서 감점요소가 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황당한 기준을 도입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기가 막히지만 저자가 서울법대에게 해로운 행위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서울법대 법학지에 투고하면 분량이 비교적 자유롭고 교정을 철저히 봐주며 심사비와 게재료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었는데 이제는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이런 식의 규제는 정성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회가 드러내는 한계일 것이다.
2015. 6. 30. 어머님께서 영면하심으로써 저자는 고애자가 되었다. 이런 일은 처음 겪는 것이었기에 한동안 삶의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다. 어머님께서 떠나신 지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전화를 드리면 언제라도 다정한 어머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한 현실에 아쉬움이 크다. 남은 생애 동안 성실하게 노력하는 길만이 자식의 도리를 다하는 길일 것이다. 어머님께서 이제 자식들 걱정은 잊으시고 아버님과 함께 편히 쉬시기를 충심으로 기원한다.
이 책이 빛을 볼 수 있도록 해주신 조성호 이사님과 김선민 부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변함없이 교정작업을 도와주는 아내(김혜원)에게도 감사한다.
2019년 1월
교수로서의 20년 삶을 돌아보며
관악산 자락에서 석광현 씀
후 기
이 책의 교정이 끝나갈 무렵 은사이신 이호정 교수님께서 2018. 12. 16. 영면하셨다. 선생님께서는 1992년 국제사법연구회와 1993년 국제사법학회의 설립을 이끄셨고 처음 6년 동안 회장을 역임하시면서 학회의 기틀을 세우신 한국 국제사법학계의 상징적 존재이셨다. 선생님께서 홀연히 떠나시니 비통함을 금할 길이 없다. 장지까지 선생님을 따른 여러 제자들을 보면서 큰 스승의 학은을 되새겼다. 선생님께서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시기를 삼가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