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민족이라는 신화 부수기
일본은 단일 민족이라는 생각은 한국이 단일 민족이라는 것처럼 당연한 명제처럼 보인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 책은 일본의 외국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들은 조선인 디아스포라일 수도 있고, 아이누나 류쿠 민족처럼 선주민족일 수도 있다. 또는 중국이나 흑인, 백인일 수도 있다. 이 책은 그러나 일본이라는 나라의 인구 구성에 대한 글은 아니다. 일본에 대한 통념―‘세계에서 가장 완전하게 통합되고 문화적으로 단일한 인구 집단’―을 넘어 일본은 그보다 역동적이고 다양한 색을 가진 나라라는 점을 부각하는 글이다.
현대에 들어 인족은 성별과 더불어 더이상 유의미한 구별(혹은 차별)의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다만 일본내 일본 민족 외의 민족, 즉 비일본민족을 부각하려는 것은 이들의 강요된 침묵이 더이상 숨길 수 없는 목소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했듯 이는 새로운 일본을 위한 시도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 책은 먼저 단일 민족 이데올로기의 성립 이전 사회를 다룬다. 전후 대중문화 속에서 동질성을 강조하는 것은 민족 의식을 위한 선택이었다. 단일 민족 이데올로기가 우세해 지면서 더해지는 단일 민족 신화는 일본의 의식을 지배하고 나아가 긍정적인 축으로 기능하는데 이른다. 이러한 변화는 다시 일본에 소수 민족들을 단일한 울타리로 묶거나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
근대사회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고, 이는 노동력 이주라는 현상을 낳는다. 그리고 이 노동력은 최하층 노동에서부터 빠르게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 외에 서양을 따라잡고자 하는 제국일본은 식민지배를 개화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했다. 이주 노동자와 식민지인은 일본인과는 ‘다른 민족’일 뿐이었다. 그러나 일본이 자랑하는 그들만의 문학, 여가, 음식은 일본이 다민족 국가라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저자는 다양한 문헌을 토대로 일본이 다민족이라는 점을 증명하려 한다. 이러한 신화 부수기는 일본이 여전히 근대 제국주의의 그늘에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여전히 근대를 살아가고 있는 일본(인)의 사상적 배경을 비판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일본과의 상생을 나아가는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