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나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시 수업 때마다 아이들에게 마법의 주문을 건 풍선껌을 줍니다. 이 껌을 씹으면 3분 안에 머릿속이 보들보들해지고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를 거라고 말하죠. 껌을 씹으며 보드라워진 우리는 먼저 그 날 그 날 주제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눕니다. 좋아하는 것, 감사 일기, 꿈, 가장 행복했던 순간, 지금 내 머릿속을 맴도는 것들….
이런 마음 열기 시간은 시의 문을 여는 좋은 방법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시의 문을 연 우리는 동시집의 시, 상을 받은 어린이 시를 읽고 감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이쯤 되면 아이들은 시가 쓰고 싶어서 안달이 나죠.
“시 언제 써요?”
“또 한 편 써도 되나요?”
아이들은 종종 기발한 시어들을 툭툭 내뱉곤 합니다. 쫓아다니며 주워 담아 종이 위에 뿌리면 바로 훌륭한 시가 될 그런 말들을. 시를 쓰는 어른들도 몇 날 며칠 머리를 싸매도 나올 수 없는 표현들을 아이들은 단 5분, 10분 만에 써 내곤 하죠. 아이들이 쓴 시 세상은 아무리 동심 충만한 어른 시인이라도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세계입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의 시에서 어른들이 쓴 동시의 시적 기교를 넘어서는 생동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순간의 꽃’과도 같은 시의 특징이 살아 있는 거죠.
시는 글로 그린 그림입니다.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호기심이 세심한 관찰력과 생동감 있는 언어를 만나 풍성한 세계를 그림처럼 펼칩니다.
시에는 설레고 기쁘고 예쁘고 좋고 행복하고 재미나고 신나는 것만 담는 게 아닙니다. 짠하고 슬프고 속상하고 쓸쓸하고 외롭고 미안하고 창피하고, 누구에겐 더럽고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도 솔직하게 담겨 있기에 공감과 감동을 줍니다.
시를 쓰는 일은 나 자신은 물론 타인, 다른 존재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입니다. 공감과 소통은 사랑이 밑바탕에 깔려 있죠.
아이들은 시 속에서 나 자신, 가족, 친구, 선생님, 강아지, 고양이, 지렁이, 나무, 의자, 연필, 지우개 등 생물과 무생물을 구별짓지 않고, 살아 있는 것으로 대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이렇게 우리 아이들이 온몸으로 쓴 시를 대할 때는 김사인 시인의 말처럼 ‘시를 일으켜 세워’ 한 편 한 편을 인격체로 보고, 온몸으로 읽어야 합니다. 삼기초등학교 동시집 <시는 언제나 내 편이야>는 아이들 저마다의 색깔이 있는 시, 시인의 목소리를 그대로 내는 솔직발랄한 시, 말의 힘이 느껴지는 시이기에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이 시집은 ‘여러분과의 만남으로 늘 완전해지려고 하는 언제나 미완성의 작품’(옥타비오 파스)입니다. 자, 이제 이 시집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시인이 될 시간입니다!
- 2018년 시가 익어가는 10월의 마지막 날에, ‘시 선생님’ 정은희
■ 저자
삼기 초등학교 시 창작부
1학년 : 김무연,김아영,유수호,홍유솔
2학년 : 강수창,김세빈,박태우,안혁주,오태호
3학년 : 김혜연,박범우,심태경,안수곤,오상준,오정현,조민형,조호재,한평화
4학년 : 고한백,김승찬,김정희,이민우,정채원,한지안
5학년 : 강수성,강민서,박건우,안유찬,정채은
6학년 : 김동하,오하린,이수혁,이지혜,조승연,조유진,조주환,최지윤,한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