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부터 20세기 전반기까지 많은 한국의 근대 여성들은 가부장적 질서가 강요되는 상황에서 남녀 차별을 떨쳐 버리고 자유와 평등을 얻기 위해, 인간다운 삶을 박탈하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근대 학문을 배우고 근대 문명을 체험하기 위해, 그리고 일제의 압박과 같은 정치적 이유로 미국행을 선택했다. 이들의 도미 목적에 따라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는데, 먼저 미국으로 이민 간 한인 남성과의 ‘사진결혼’을 통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이주한 경우와 1924년 한인들의 미국으로 이민이 중단된 상황에서 유학을 목적으로 도미했다가 미국에 정착한 경우이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사진결혼’으로 미국에 건너간 한인 여성의 삶을 다루었다. 이들이 이주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사회?경제적 활동을 중심으로 미국에 정착하는 과정을 분석하고, 사진신부 천연희의 구술과 친필 노트를 토대로 사진신부의 하와이 이민 생활을 살펴보았다. 한인 사진신부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일본인 사진신부와 차별화된 특성을 갖고 있었음을 확인하며 남성 중심의 독립운동사에서 소외되어 온 여성들의 독립운동사를 조명하였다.
2부에서는 미국의 이민법이 개정되어 이민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한 1965년 이전에 근대 교육을 받기 위해 유학길에 오른 한인 여성을 다루었다. 19세기 가정에서 이루어진 여성 교육의 범주와 내용, 가부장적인 이데올로기를 고양하는 여성 교훈서가 출판되는 상황에 주목하여 전통적 유교 가치가 근대 여성의 의식 형성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이화학당 중등과정을 졸업하고 하와이로 건너간 전수산과 이정송의 삶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과 유학을 목적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정주하게 된 한인 여성들의 국제무대에서의 활동을 확인하였다. 또한 모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인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미국에서 나고 자란 그들의 2세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심어주고자 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살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로 나아가 온갖 고난과 역경을 딛고 꿈을 이루고자 한 여성 선구자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확인하고, 그들의 성취를 가능하게 한 가치와 신념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