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이별, 결혼은 현대인의 삶을 관통하는 주제어들이다. 그 관계망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너무나 익숙하기도 낯설기도 한 이별을 건너 과부로 산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 미망인이니 싱글맘이니 하는 표현 다 거두고 ‘과부’란 말이 좋다는 오정란 작가의 신간 산문집 ‘명랑 과부’는’ 는 혼자가 되었지만 지금 여기, 살아있다는 살아가야 한다는 명제의 다층적 이면을 생생하게 묘사해 나간다.
모두 42편으로 구성된 산문집은 주로 사랑과 용기, 좋은 삶에 대한 성찰을 표현한 작품들로 이뤄져 있다. 오 작가는 과부로, 가장으로, 세 딸의 엄마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솔직 담백한 화법으로 드러낸다. 유년의 기억에서부터 현재의 삶에 이르기까지 한편의 소설처럼 에세이처럼 섬세한 감성으로 개성 있게 그려낸다. 결혼은 행불행과 상관없이 중요한 선물이고, 딸아이 셋을 낳아 기르며 조건 없는 사랑을 나눴으며, 유급직업을 가지고 경제적 자립을 이뤘다는 것을 ‘참 잘한 일’ 세 가지로 꼽는 오 작가는 두려움과 좌절을 딛고 슬픔을 표현할 힘과 용기를 나누면 삶의 고통이 사실은 새로운 세계로 나가는 통로가 된다는 것을 밝혔다.
심리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로서의 심층적 시선도 인상적이다. ‘말을 걸어봅시다’에서는 “산만하고 좀 과격하다 싶은 행동, 파격적인 옷차림도 말 걸기의 방식이다”라고 하고. ‘엄마를 사랑하지 않을 권리’ ‘좋은 부모 나쁜 부모’ 등 부모자녀 관계를 다루며 딸이 아닌, 엄마가 아닌, 사람으로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가치에 대해 전한다.
산문집에 삽입된 그림도 오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사회에서 엽서나 손편지를 즐겨 쓰고 소중하게 여기는 오정란 작가는 충북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아동복지학과 대학원 석사 및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저서로 <당신 곁에 카드 한 장>이 있으며 심리치료연구소 <해피마인드> 대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