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이 갖춰야 할 치밀성과 상상력이 어우러진 이야기!!
이 소설은
6회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 수상작으로 조선 태종6년인 1406년을 배경으로, 조선 활자주조의 맥을 세계최초의 금속활자인 고려의 직지에서 찾고 있는 이야기이다. 세종 때 발명된 갑인자가 무관인 이천이 장영실 등과 발명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소설 『더 맥』은 조선 최초의 금속활자 계미자(또는 정해자) 발명에 고려의 금속활자 직지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이천은 고려 말에 일어났던 무진피화 사건 때 아버지 이송이 연루되어 멸족하게 되는데 그때 그와 그의 동생 이온이 승려의 도움으로 구사일생 살아나, 조선이 개국하면서 무과에 급제하는 실존 인물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승려들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형제를 살렸는지 알 수 없는데 작가는 베일에 가려진 그 지점을 소설적 상상력으로 집요하게 파고든다.
충주목의 흥덕사 달잠 스님은 우연히 이천과 동생 온을 구해 흥덕사로 데려간다. 달잠 스님은 고려 우왕 때 청주 흥덕사에서 석찬 스님과 함께 묘덕 스님의 도움으로 금속활자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하지만 불교를 억압하는 조선으로 왕조가 바뀌면서 달잠이라는 법명을 버리고 대장장이 천복으로 살면서 온이를 키운다. 흥덕사의 석찬 스님은 이천이 중이 되기를 바라지만, 이천은 달잠 스님의 등에 업혀 떠난 동생 온을 찾고, 부모님 원수를 갚기 위해 열심히 무예를 익혀 무과에 급제한다. 소설 『더 맥』은 그런 이천이 주자소에서 근무하며 이직 대감을 위해 금속활자본을 만들려는 집념, 직지 간행을 통해 익힌 금속활자기술을 온이에게 전수하는 천복(달잠), 그리고 직지를 지키려는 석찬 스님의 모습을 치열하게 그리면서, 한편으로는 하륜으로 대표되는 조선의 유교세력이 불교를 억압하기 위해 직지를 찍어낸 청주목의 흥덕사를 없애려는 간계에 맞서는 이야기를 치밀한 구성으로 장엄하게 살려내고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하륜, 성민 선사, 교리 박석명, 부사 박희무, 버들이와 영가 자매, 혜민 스님, 이직 대감 등의 인물들은 각자의 사연만큼 뚜렷한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각인되어 읽는 재미도 각별하다. 조선의 금속활자 발명의 바탕을 이룬 직지의 위대함을 형상화하는 작가의 노력이 독자들에게 뛰어난 가독성으로 전달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