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강 이만섭 선생이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5년 12월이었다. 이제는 그분을 잊기 시작할 수도 있는 시점이지만, 작금의 어지러운 나라 사정 탓에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그리워지는 심정을 감출 수 없다. 생각하면 할수록 청강 이만섭 선생은 한국 정치사의 거목이자 등불 같은 존재였다. 정치인으로서 그는 ‘나라와 국민’을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고, 그 결과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용기와 양심’을 우리에게 남겼다. 그는 한국 현대사에서 보기 드문 정치적 군자(君子)요, 신사(紳士)였다.
청강 이만섭 선생은 언론사 생활을 거쳐 제6대 국회 때 정계에 입문한 다음 제16대 국회까지 총 8선의 국회의원을 지냈다. 또한 그는 제14대 국회와 제16대 국회 때 두 차례나 국회의장을 역임한 바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의회 정치가였다. 이와 함께 그는 국민당 총재, 국민신당 총재, 민주자유당 상임고문, 신한국당 상임고문, 새천년민주당 상임고문 등을 역임한 대한민국의 역대급 정당인이기도 했다. 청강 이만섭 선생을 빼고 한국 정치사를 논하는 일은 그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가슴 속에 그를 오랫동안 남기기 위해, 그리고 후대 사가(史家)들에 의한 공정한 평가를 기대하기 위해, 청강 이만섭 선생의 생애와 업적을 진지하게 기리고자 하는 발상은 대륜고 동문회 쪽에서 비롯되었다. 여기에 기왕이면 품격 있는 학술적인 차원의 추모 사업이 좋겠다며 함께 손을 잡은 것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의 정치학자들이었다. 이 과정에서 <청강이만섭평전간행위원회>가 꾸려진 것은 2017년 가을 무렵이었다. 간행위원회는 평전을 학술논문과 회고평론의 두 영역으로 크게 나누기로 하고, 전자는 해당 분야 전공학자들이, 후자는 청강 이만섭 선생과 살아생전 인연이 각별했던 분들이 맡기로 했다. 한편,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의 구술사 프로젝트 일환으로 수행된 청강 이만섭 선생과의 인터뷰가 있어서 학술논문과 회고평론 사이에 사료로 남기기로 하였다.
그 결과가 서거 3주년을 맞이하여 출간하게 되는 바로 이 책이다. 모쪼록 이 책이 ‘정치인 이만섭’을 재인식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이 책이 ‘인간 이만섭’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원한다. 심각한 부분은 심각하고 재미있는 대목은 재미있는 게 이 책을 읽어가는 묘미가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파란만장한 한국 현대 정치사를 용기와 양심으로 헤쳐 나온 청강 이만섭 선생의 삶과 행동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목표가 보다 뚜렷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끝으로 이 책의 필자로서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 다양한 재능으로 이 책의 출간에 협력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18년 12월
<청강이만섭평전간행위원회>를 대표하여 전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