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성취 속엔 어떤 정신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가
영국 최고의 지성이자 정신분석의가 문학적 필치로 해부한
처칠, 카프카, 뉴턴, 스노 등의 숨겨진 삶!
“정신분석 이론을 주제로 앤서니 스토만큼 대중적인 글을 쓰는 작가는 없다.”
_ 로빈 레인 폭스
“앤서니 스토는 재미없는 글은 단 한 줄도 쓰지 못한다” _『선데이타임스』
“그의 모든 저서에서는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이 드러난다.”
_『선데이텔레그래프』
상상력과 창조성의 인간 정신에 바치는 서사시
영국 최고의 지성이지 정신분석의인 앤서니 스토의 전설적인 수작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 우울증은 어떻게 빛나는 성취가 되었나』(원제: Churchill’s Black Dog, Kafka’s Mice, and Other Phenomena of the Human Mind)가 출간되었다. 1980년에 초판이 나오고 1989년에 개정판이 나온 이 책은 윈스턴 처칠이 평생 지니고 살았던 ‘우울증’(처칠은 이것에 블랙독black dog이란 애칭을 붙였다)을 최초로 대중화시킨 저작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앤서니 스토는 자신이 앓기도 했던 ‘우울증’이란 질긴 병을 인간이 어떻게 이겨내고 위대한 성취를 이뤄냈는가에 천착했다. 처칠을 비롯해 현대문학의 새로운 경지를 연 카프카, 물리학의 일반법칙을 발견한 뉴턴, 과학과 인문학의 배척적인 두 문화의 문제를 20세기의 화두로 만든 C. P. 스노, 『파리대왕』으로 198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골딩의 삶을 추적한다. 또한 프로이트, 융, 아들러, 에릭 에릭슨, 스키노 등 인간 무의식의 문제를 각자의 개성으로 다룬 정신분석학자와 심리학자들의 주요한 이론과 그 배경을 바탕 지식으로 훌륭하게 녹여냈다.
처칠은 조상에게 물려받은 상당히 심한 우울증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인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 중요한 고비 때마다 발휘된 그의 통찰력은 이 우울증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배양되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그러니 우울증은 하나의 증상이 아니라 처칠이라는 세계의 주요한 부분이었으며, 그의 글쓰기와 연설, 미술 취미, 주변인과의 관계를 하나로 묶어 통합적으로 꿰뚫어볼 수 있는 시각의 통로를 제시해준다.
카프카는 조현병을 앓았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칭얼대는 자신을 들어 베란다에 내어놓았던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았고, 남들보다 육체적으로 왜소하다는 생각이 그의 정체성을 완고하게 휘감았다. 일상생활은 가능했지만 타인과 편하게 만나지 못했던 카프카는 사랑하는 이와도 직접 대면보다는 편지라는 소통방식을 택할 정도였다. 점차적인 고립과 그에 뒤따란 환각이 조현병의 전형적인 증상이었고, 이것은 카프카에게도 예외없이 나타났다. 하지만 카프카의 문학적 재능이 이것의 심화를 막아주었다. 쥐들이 천정에서 자신을 보고 수근대는 것 같은 증상은 카프카에게 와서 유례없는 문학적 표현으로 바뀌었다. 자신이 구축한 문학적 성채에 대한 만족감 덕분에 카프카는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뉴턴은 조산아였고 어린 시절 홀어머니로부터 버려졌다. 이것이 그의 성격에 큰 영향을 미쳐 그는 평생 이상 성격을 많이 드러냈다. 일찍이 존재한 가장 창의적인 천재였고 미적분학을 라이프니츠보다 10여 년 빨리 완성했지만 뉴턴은 자신의 성과를 빼앗길까봐 발표하지 못했다. 뉴턴은 자신이 거의 가치 없는 존재일지 모르지만 자기 연구의 양과 질이 명성을 가져다주리라 생각했을 수 있으며, 실제로 그랬다. 명성은 흔히 자신이 사랑받는다고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일부 효과적인 애정의 대체물 역할을 한다. 그리고 우울성 자기폄하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일이 흔히 자아를 대신해 자존감의 중심이 된다. 나중에 창의력 넘치는 시기가 지났을 때, 뉴턴은 바그너의 오페라 「라인의 황금」(바그너의 4부작 「니벨룽겐의 반지」의 첫 번째 오페라)에서 그런 것처럼, 권력을 추구하고 얻는 데서 대안을 찾았다. 「라인의 황금」에서 난쟁이 알베리히는 라인강 처녀들의 사랑을 얻으려다 퇴짜를 맞자 사랑을 포기하고 대신 자신을 조롱하는 이들로부터 훔친 라인강의 황금으로 권력을 얻는다.
저자는 융 심리학 입장에 서 있다. 성과 유년기의 트라우마에 집중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의 한계를 다양하게 짚어보는 것도 이 책의 특장이다. 앤서니 스토는 프로이트의 천재성을 인정하면서도 프로이트가 학문을 시작한 배경과 그의 성격, 실제 임상 경력의 현장을 돌아보면서 어떻게 정신분석학을 과학으로 만들기 위한 모험이 펼쳐졌는지를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반면, 무의식이란 공간을 트라우마만의 공간이 아닌, 창조성과 통찰력 등 삶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정신적 자질이 저장되는 공간으로 재위치시킨다. 저자는 천재성, 창조성, 통찰력뿐만 아니라 폭력성, 질투, 시기심 등 인간 내부의 지극히 뛰어나고 어두운 힘의 길항관계를 유려하게 직조하면서 조각난 내면을 통합함으로써 인간이 하나의 인격을 이루는 장대한 여정을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해서 보여준다.
1980년대에 출간된 책이지만 저자의 박학함과 문학·예술에 대한 오랜 심취, 우울증을 극복해낸 개인적 체험, 정신분석의로서의 임상경험, 다양한 이들과의 교류, 오랜 사색 등의 요소가 결합되어 오늘날에 읽어도 전혀 손색없이 인간 정신 고투의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 마음의 어두운 부분에 관심을 가진 이들은 물론 인간의 정신적 성취가 갖는 특징을 깊이 들여다보려는 이들에게 최고의 교양서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