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학부에서 <동아시아문자와 문화콘텐츠>
라는 수업을 맡게 되었습니다. 제자들과 함께 한자어에
담긴 문화적 내용들을 살펴보고 활용연습을 위해 개설
된 수업입니다. 살펴볼 한자의 범주를 정하는 것은 어렵
지 않았습니다. 대상을 생활문화로 한정해서 의식주나
동물, 식물 등 구체적 내용들이 담겼을만한 것들 위주로
정했죠. 이렇게 해야 배운 것을 다시 떠올릴 기회도 많
고 활용이 쉬울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한자에 대한 접
근방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한자와 관련된 좋은 책
들을 마구 모아서 그 책들은 어떻게 접근하는지 살펴보
았습니다.
어떤 책들은 갑골문, 금문 등을 통해 한자의 자원(字
原)으로 한자가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해주기도 했고, 어
떤 책들은 해당 한자어를 주제로 한자보다는 그와 관련
된 문화적 의미를 알려주는 등 여러 가지 접근방법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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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지나간 것들에 대해 서로 다르
게 기억하고 새로운 것들을 서로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동일한 대상에도 각자 기억하는 부분이 다르고 동일한
대상을 서로 다른 것을 통해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 사진을 볼 때 그 당시 카메라의 시선을 빌리는 것처럼
기존의 한자어에 관련된 책들도 모두 글 쓰는 사람 개인
의 눈으로 본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인지언어학의 개념적 은유나 환유 등을 통해
한자어나 한자어들 간의 관계를 살피거나 관련 문화콘텐
츠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제 연구 분야인 ‘인
지언어학’, ‘번역’과 ‘문화콘텐츠’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까요. 최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익숙한 것에서
낯선 느낌을 받기를 바랐습니다. 여러 분들이 이 책을 통
해 한자어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
니다.
2018년 겨울
원주 석송재에서
박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