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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의 법칙

하룻밤의 법칙

  • 온리온
  • |
  • 플레이블(예원북스)
  • |
  • 2018-12-18 출간
  • |
  • 464페이지
  • |
  • 148 X 210 mm
  • |
  • ISBN 9791189564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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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책속으로 이어서]
영화 ‘잡고 싶다’에서 강력계 형사 역할로 드러냈던 야성적인 남성미도 얼굴에 담겨 있었고, 한때 독립 영화 ‘마담’에서 동성애자 역할로 분했을 때, 여자보다 더 예쁘다는 찬사를 받았던 그 아름다움도 존재한다. 소위 남자다우면서 아름답다는 것. 서강의 얼굴에 두 가지가 공존하며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저 곱고 아름다운 한 마리의 수컷이 카메라를 씹어 먹는 거다.
뿐이랴. 아역배우 출신이면서 모델 출신 배우들을 기죽이게 하는 키와 몸매는 또 어떻고. 그들에게 무릎 끓고 사죄해야 할 수준이다. 그로 인해 노골적으로 잘생긴 남자를 선호하는 ‘얼빠’ 유지희는 다가갈수록 마음이 약해지는 걸 느꼈다.
영화 홍보 일을 시작하면서 손에 꼽히는 대한민국 톱스타들을 멀리서든 가까이에서든 한 번씩 스쳐 봤다. 이젠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서 ‘톱급 배우? 헹, 뭐 어쩌라고’ 하며 콧방귀를 날리고 하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동안 거쳐 가고, 스쳐 가고, 지나갔던 톱스타들은 무늬만 ‘톱스타’였을까? 저 사람은 또 다른 경지에 있는 걸까? 하산은커녕 더 높은 경지를 바라보며 오금이 저린다. 서강이라는 톱스타의 아우라에 압도, 아니, 압사당할 것 같다. 하지만 그녀가 오른 경지도 단순하지만은 않다. 온 정신을 집중해 재빨리 득도에 오른다. 혈전을 치르기도 전에 기에 눌릴 순 없으니까. 투쟁해서 이겨야 하니까.
질문을 도마에 오른 횟감 생선처럼 난도질해 버리면, 방송팀한테 그녀는 다 잡은 다금바리를 놓친 대역 죄인이 되지 않겠는가. 이 작품은 어제 서강에게 컨펌도 받지 않고 컨펌받았다고 뻥친 그 꼬리 내뺀 매니저가 만든 것이고, 별거 아닌 질문으로 사람 피곤하게 하는 이 남자, 서강이 그린 것인데.
“서강 씨.”
거만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다리를 꼬아 의자에 앉아 있는 서강을 내려다보며 이름을 불렀다. 앉아 있었지만, 이 남자의 기본 키가 우월했던 탓에 눈높이가 멀진 않았다. 그녀가 살짝 고갤 낮추면 눈이 보였다. 신묘하고 오묘한 남자의 깊은 눈이.
“네.”
담백하고 단조로운 서강의 답변. 지희는 단맛이 폴폴 풍길 것 같은 눈웃음을 얼굴에 장착한다. ‘나 지금 무지 곤란한데,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라고 적힌 짠내 나는 눈빛을 그 위에 얹고.
“현장에서 갑자기 질문을 빼라고 요청하시면, 지금 곧 인터뷰를 진행해야 할 방송팀은 적잖이 당황할 것 같아요. 제 입장도 조금 난처하구요. 여기 이 질문들…… 정말 다 삭제하는 방법밖에 없을까요?”
지희는 ‘돼지꼬리 땡땡’으로 가득 찬 질문지를 내밀어 보였다. 시끌벅적한 가운데 그녀의 말소리는 다행히 현장의 사람들에게까지 번지지 않았다. 서강의 눈은 코앞에 들이닥친 질문지 대신 지희의 어깨 넘어 멀찍이 서 있는 매니저를 향했다. ‘이 정도 일도 제 선에 해결 못 해서 사람 피곤하게 만드냐’라는 질책이 고스란히 박혔다. 깊은 산중의 공기처럼 깨끗하게 울리는 저음이 비로소 서강의 입술을 통해 나왔다.
“죄송하지만 그랬으면 합니다.”
산중 동굴 속처럼 공명하는 듯도 했다.
“아…… 많이 곤란하신 질문들인가요? 그럼, 이 부분 통째 들어내기보다 한두…… 세 가지 정도만 제외하는 걸로 정리하면 어떨까요? 정말 불편하신 질문요.”
많이 봐줬다. ‘한두 가지’에서 급히 ‘한두 세 가지’로 선회했다. 불편한 질문보다 서강의 불편한 시선이 문제였던 탓이다.
챙챙. 서강의 눈에서 또 자신의 눈에서 칼이 나와 부딪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요하지만 살벌한 눈싸움이었다. 서강의 입술은 톱스타 특유의 가증한 미소를 물고 있었지만 눈에는 가식이 없었다. 짜증이 읽힐 만큼 솔직했다. 카메라 밖에선 연기가 안 되는 걸까. 아님 이것도 연기일까.
“죄송하지만. 빼주셨으면, 하는데요.”
타협의 여지도 없이, 같은 말만 반복하는 가증스러운 앵무새 입. 이런 탓에 제 눈에 쓰인 삐딱한 콩깍지는 벗겨지지가 않는다. 그나마 ‘제 매니저와 상의하시죠’가 아니어서 다행인 건가.
“이유를 여쭤보면 실례가 될까요? 저도 제작진 측에 핑계 댈 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죠. 명목 같은 거.”
“사생활입니다.”


목차


1장 나랑 잘래요?
2장 하룻밤의 민낯
3장 내가 당신 좋아할 수도 있거든
4장 파트너의 법칙
5장 기습적이고 상습적인
6장 감정의 야만
7장 하트를 덮친 존재
8장 질투와 불안이 비처럼 내려와
9장 봄과 가을의 공생
10장 세상에서 제일 야한 피터팬
외전 1. 결혼의 조건
외전 2. 그렇게 사랑하니까
그저 끼적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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