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18년은 고려건국 천백년, 경기천년을 맞은 해입니다. 고려는 우리 역사에서 남북을 아우른 실질적인 통일왕조였습니다. 고려 태조의 통치이념인 ‘일통삼한一統三韓’은 현재 남북의 분단상황에서 우리에게 던져주는 ‘통일’의 메시지입니다. 70여년 넘게 지속된 남북의 대치상황은 2018년 새해부터 급변했습니다. 3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북중정상회담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동아시아의 정세와 환경이 평화를 향해 바뀌고 있습니다. 고려건국 천백년과 경기천년을 기념하는 계기도 보다 다양한 방면에서 하나하나씩 성과를 이루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이 책은 고려건국 천백년과 경기천년을 기념하여 2018년 4월 한국역사연구회와 인천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이 함께 개최한 학술회의인 ‘고려 건국과 경기 성립의 역사적 의의’의 발표논문을 수정·보완한 결과물입니다. 이때 학술회의는 고려사회 역사상의 변화를 살펴본 「재통일사회에서 귀족사회로」라는 기조발제를 시작으로 제1부 ‘고려와 경기 지역의 역사’, 제2부 ‘고려와 개경에 대한 메타역사학적 접근’으로 나뉘어 각 부에서 4편의 논문이 발표되고 토론이 있었습니다. 제1부에서는 ‘해동천하’로 대표되는 고려시대의 세계관과 경기제의 운영, 몽고의 침입에 대한 대응, 개경開京 연구에 대한 전망이 다루어졌고, 제2부에서는 고려의 국호 연원, 고려말 개혁군주였던 공민왕을 통해 본 고려에 대한 역사인식의 변화상, 근현대 개성사람에게서의 고려 이해, 해방 직후 거론되었던 고려 국호론에 대한 문제 등이 논의되었습니다.
1995년 경기도와 인천광역시로 나누어지기 이전에 경기와 인천은 하나의 문화권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현재에도 DMZ와 NLL을 경계로 북측과 마주하고 있는 분단지역이라는 역사적 환경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그만큼 두 지역의 역사문화환경이 다르지 않음을 뜻합니다. 이번을 계기로 인천문화재단과 경기문화재단은 남북문화교류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협의한 바 있습니다. 특히 역사분야의 교류와 사업추진에서는 관련학계의 도움과 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한국역사연구회와의 협업도 좋은 사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3개 기관과 학회의 노하우가 좋은 시너지로 결과 맺기를 기대합니다.
2019년은 고려가 개성에 도읍한 지 천백년이 되는 해입니다. 『고려사』에는 919년 음력 정월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올해 고려건국 천백년, 경기천년의 기념 학술회의는 남측의 관련기관과 학회, 또는 북측의 관련기관과 학회에서 별개로 진행되었습니다. 정말 아쉬운 대목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개성 정도定都 천백년’ 기념행사는 남북의 관련기관과 학회가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우리의 마음을 담아 이 책의 출판을 기념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학술회의에 귀한 옥고를 발표해주시고 토론해주신 여러 선생님과 경기, 인천 두 재단 및 한국역사연구회의 관계자 선생님들께 충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