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하게 흘러온 시간과 세월 속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역사, 추억, 생명과 평화…… 한 그루 나무에 깃든
소중한 것들을 지켜 낸 평범한 사람들의 감동 실화!
700년 긴긴 세월을 사람들과 함께한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나무를 거쳐 간 수많은 사람들,
그 짧지 않은 이야기가 현재에 던지는 울림 있는 물음
은행나무의 별명은 ‘살아있는 화석’입니다.
공룡이 살았던 아주 옛날부터 지금까지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은 오래된 나무란 뜻이죠.
용계 은행나무에는 신기하고 놀라운 이야기가 많이 전해 와요.
우리나라의 역사를 함께 견뎌 온 소중한 나무,
은행나무의 이사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지키고 싶은 것,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용계리 마을 아이들은 모였다 하면 이사 이야기를 합니다.
어른도 한숨을 푹푹 쉬는 건 마찬가지예요.
곧 큰 댐이 들어서면 서울 아파트 높이만큼 물이 차게 되거든요.
집과 동네는 물론, 오랫동안 마을을 지켜 준 나무도 잠겨 버린대요.
무슨 나무냐고요? ‘할배나무’요! 700년 동안 마을 사람들과 함께한 은행나무이지요.
나라에 슬픈 일이 일어났을 때에는 함께 웅웅 소리 내어 울었다던 그 나무요.
할배나무는 아직도 마을 사람들과 함께해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멋진 옷으로 갈아입고 아이들의 재미난 놀이터가 되어 주고요.
어른들은 할배나무 주위에 둘러앉아 시시콜콜 사는 이야기를 나누지요.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뒤로하고 떠나야 할 마을 사람들이지만
우리 집과 학교와 땅은 지키지 못해도 할배나무만은 살리자고 결심합니다.
아이들과 어른들은 나무를 이사시키려고 하지만 옮기기에는 너무 무겁고
비용도 많이 들어서 모두가 안 된다고만 해요. 댐 공사일은 다가오고, 어쩌죠?
소중한 나무를 이대로 포기해야만 할까요?
■ 인간과 사회와 역사를 바라보는 ‘따뜻한’ 관점으로
예리하게 포착한 한 그루 나무 이야기
EBS [지식채널e]의 방송작가로 활동하며 오랫동안 역사?사회적으로 굵직한 이슈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온 정연숙 작가. 이번에 그 시선이 쏠린 곳은 바로 안동 용계리의 ‘용계 은행나무’입니다.
용계리의 터줏대감이나 마찬가지인 이 700살 거대한 나무는 마을 사람들에게 ‘할배’라 불립니다. 임진왜란 때 왜군의 눈을 피해 조선 군사 100명을 숨겨 줬다는 이야기, 나라를 빼앗긴 날, 한국전쟁이 일어난 날 슬피 울었다던 이야기가 마치 전설처럼 내려오는 나무입니다. 조선 시대 훈련대장이었던 탁순창 장군이 임진왜란 후 고향 용계리로 와 은행나무를 돌보는 계를 만들었다는 기록은 설화에 사실성을 더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