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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향의 삼국유사, 이 땅의 기억

이주향의 삼국유사, 이 땅의 기억

  • 이주향
  • |
  • 살림
  • |
  • 2018-11-15 출간
  • |
  • 228페이지
  • |
  • 149 X 210 X 22 mm /397g
  • |
  • ISBN 9788952239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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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신라에서 가장 화려했던 황룡사 9층 목탑이 타고 남은 자리에서 생각한다.
“황룡사 옛터의 아침, 떠오르는 해가 좋다! 허허로움이 좋다!”

『이주향의 삼국유사, 이 땅의 기억』의 표지는 황룡사 9층 목탑이 있던 자리에서 맞이한 일출사진이다. 이 사진에 이 책 전체를 요약하고 있다면서 이주향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폐사지를 좋아합니다. 폐사지의 바람을, 햇살을, 달빛을, 바위를 좋아합니다. 무엇보다도 그 허허로움이 좋습니다. 과거의 영화를 망각한 채 수백 년 혹은 천 년의 시간을 흘러온 그곳은 산전수전 다 겪은 온화한 할머니처럼 나를 무장해제시킵니다. 거기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가 되고, 가슴속 기원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기도처가 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어떠한 진입장벽도 없고 그만큼 자유로우니.
유년시절 융은 ‘나의 돌’이라고 그가 부른 돌 위에 앉아 생각의 유희를 펼치기를 좋아했습니다. 거기서 그는 내가 돌 위에 앉아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돌이고 어떤 이가 내 위에 앉아 있는 것인지, 하는 의문을 던집니다. 그런데 그 의문은 억지스럽게 짜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돌이 그에게 말을 건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인간에 비해 돌은 영원하지요? 돌은 영원합니다. 영원에 관점에서 순간을 사는 ‘나’는 영원이 제기한 하나의 물음인 것은 아닐까요? 융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우주가 제기한 하나의 물음이라고. 돌 위에 앉아 있는 어떤 이는 영원이 제기한 하나의 물음입니다. 그 물음은 지금 영화를 누리는 데 만족하거나 과거의 영화를 회복하겠다고 기를 쓰는 곳에서는 생겨나지도, 해소되지도 않습니다.
황룡사는 신라에서 가장 화려했던 곳입니다. 충분히 영화를 누려봤기 때문에 영화의 본질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영화에 흔들리지 않을 것 같지요? 영화에 초연한 그곳, 저 바위에 걸터앉아 힘을 빼고 내가 나에게 너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물어보고 싶지 않으세요?
황룡사 옛터의 아침 떠오르는 태양이 참 좋습니다.”

사진은 이주향 선생의 오랜 인연인 정선자 선생이 찍었다. 그녀는 전국을 누볐다. 경주 감은사, 불국사, 남산, 황천(남천), 황룡사 터, 흥륜사, 문무대왕릉, 군위 인각사, 양양 낙산사, 진전사, 합천 해인사, 익산 미륵사, 양산 통도사, 창원 백월산, 대구 파군재 등을 답사했다. 본문의 내용에 맞는 사진을 찍기 위해 사계절을 보내고,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그 결과가 『이주향의 삼국유사, 이 땅의 기억』 속 사진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삼국유사』, 불교가 정신적인 배경이 되는 내용이긴 하지만, 종교에 구애 없이 읽을 수 있다. 반드시 원전 완역을 읽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버리자. 그러한 편견을 깨고, 철학자 이주향이 들려주는 대로 『삼국유사』를 읽다보면, 옛이야기이지만, 소설보다 더 재미있고 감동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또한 그의 눈을 통해 본 『삼국유사』를 읽으며 인생의 지혜를 배우게 될 것이다.

[책속으로 이어서]
그는 잘나가는 사내였습니다. 유학 시절 당나라에서 문명을 떨칠 정도였으니. 최치원이 문장가라는 것은 석굴암과 불국사를 지은 김대성을 찬탄하는 『삼국유사』의 한 대목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성은 동악 기슭에 일찍이 절을 지었는데, 이는 해가 지려 할 때 높은 산이 먼저 알고 해가 누울 잠자리를 마련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해가 누울 잠자리를 마련하는 심정으로 절을 지었답니다. 대성도, 치원도 대단하지요? 최치원은 화려한 유학을 다녀왔고 진성 여왕의 눈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중앙 귀족의 반발과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민란을 어쩌지 못해 여왕이 물러나자 그도 물러나야 했습니다. 꽃길만 걷던 그에게 얼마나 치욕이었을까요? 그는 정처 없이 유랑했다고 전합니다. 그건 세상과의 단절이기도 했고,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징검다리이기도 했겠지요.
자신이 감내해야 할 생의 무게를 버거워하며 번잡한 생에 대해 침묵하고 침묵하면서 고독한 유랑의 길 위에 있었던 그는 생의 마지막에 마침내 인적 드문 가야산에 들었습니다. 그쯤 그는 세상사를 툭툭 털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요? 마침내 그는 거기에다 유랑생활을 함께했을 지팡이를 꽂았습니다. 마치 죽을 자리를 찾은 것처럼. 그런데 거기, 그와 함께 헤매며 방황하며 그의 무게를 지탱해준 지팡이에서 싹이 나고 줄기가 솟은 겁니다. 그의 유랑이, 그의 고독이, 그의 삶이 진짜였음을 증언하듯이._130~132쪽

세상과 거리 두기를 하는 현자가 세상에 나와 던지는 어떤 한 마디는 천 년의 시간을 넘어옵니다. 천 년의 시간을 건너온,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에 끌리면 우리는 그 힘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의 고유한 길을 더듬게 되지요?
통일된 신라를 굳건히 하고자 한 문무왕이 성벽 쌓는 일을 의상 스님에게 의논하며 도움을 구하자 의상 스님은 이렇게 말했답니다.
“왕의 정치가 올바르면 땅 위에 선 하나 긋는 것만으로도 성벽을 삼을 수 있지만, 왕의 정치가 그릇되면 철통같은 성벽 속에서도 백성의 안위를 지킬 수 없는 법입니다.”
저 통찰과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그는 어떤 길을 걸어 우리가 아는 의상이 됐을까요?
저마다 고유한 길이 있지요? 자신만의 고유한 그 길은 자기 자신이 되는 길입니다. 어쩌면 원불사상은 그 고유성과 맞닿아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_164~165쪽

우리는 하늘에서 왔습니다. 풍백風伯과 우사雨師와 운사雲師를 거느리고 태백산 신단수 아래에 신시神市를 세운, 하늘의 아들 환웅이 우리의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입니다. 우리의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는 곰이었다지요?
『삼국유사』에 나오는 그 유명한 이야기에 따르면 인간이 되고 싶어했던 곰과 호랑이가 같은 굴 속에 살았다고 합니다. 곰을 토템으로 했던 부족과 호랑이를 토템으로 했던 부족일 거라고 추측합니다. 새로운 강성 부족이 짠, 하고 나타나 곰을 토템으로 하는 부족과 혼맹을 맺어 강인한 부족국가가 되면서 호랑이를 토템으로 하는 부족을 밀어낸 이야기일 거라고.
그 역사적 상상력에 심장이 쿵쾅쿵쾅 뛰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 내 관심은 ‘신화’입니다. 그러니 관점이 바뀌네요. 내가 관심을 두는 건 ‘쑥’과 ‘마늘’, 그리고 ‘동굴’이라는 은유입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인간이 되고자 신웅神雄에게 빌었던 그들에게 하늘이 준 것은 쑥 한 심지와 마늘 스무 개였습니다.
재미있지 않나요? 인간이 되기를 원했던 그들에게 하늘이 일차적으로 준 것은 그들이 원했던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그보다는 삼키기 어려운 쑥과 마늘, 그리고 견디기 어려운 동굴의 시간 100일이었습니다.
살다보면 인내해야 할 일이 많지요? 쑥과 마늘처럼 목으로 넘기기 어려운 일들이 많습니다. 생각해보면 쑥과 마늘을 피해 갈 수 있는 인생이 있을까요? 나는 지금도 종종 고통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고통을 죄의 결과거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증거라고 믿었을 때는 고통을 그 자체로 대면하지 못하고 고통에 쉽게 동요하거나 의기소침해졌습니다. 왜 이리 어려우냐고, 죄지은 것도 없이 억울하다고 호소하며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고통을 견딜 힘이 없는 사람들이 그렇듯이 왜 ‘나’냐고 항변한 거지요? 생각해보면 그것이야말로 오만이었습니다. 왜 고통이 ‘나’만을 피해 가야 할까요?_173~176쪽

서산 대사가 말합니다. “예배한다는 것은 공경하는 것이며 굴복하는 것이다.禮拜者敬也伏也
참된 성품을 공경하는 것이며 무명을 굴복시키는 것이다.恭敬眞性屈伏無明”
이상합니다. 절을 하면 겸손해지고 고요해지고 순해집니다. 절을 하는 마음으로 산다는 것은 욕심으로 어두워진 마음을 거둬내고 겸손한 마음으로 길을 간다는 것일 겁니다. 욕심과 노여움으로 어지러워지면 길을 잃게 되니.
누더기 옷도 초라하지 않고, 차릴 것도 없을 만큼 소박하기만 했던 식사도 넉넉하기만 했던 스님의 진면목은 불사로 화려해진 가야산 해인사 백련암에서조차 찾을 길 없는데 벌써 20년이 넘었네요. 그가 열반에 든 지. 세월은 정말 빠르고도 무정합니다. 그래서 성철 스님은 생전에 그토록 삼천배를 시켰던 것일까요. ‘나’를 바로 보지 않으면 ‘성철’도 ‘조사’도, ‘부처’도 모두 헛거라고. ‘나’를 바로 보지 못하면 부귀영화가 무슨 소용이겠냐고._199~200쪽

복의 근원은 무엇일까요? 복의 근원은 돈도 명예도 사랑도 아닌 것 같습니다. 복의 근원은 수치와 두려움까지 감당할 수 있는 진실의 힘입니다. 진실하지 않으면 돈도, 명예도, 권력도, 사랑도 허무하기만 하니까요._210쪽


목차


시작하면서|우리는 이 땅의 기억 5

제1장 내 안의 만파식적
내 안의 만파식적萬波息笛 21
에밀레,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종이리니 27
용궁에서 온 『금강삼매경』 36
원효와 두 여인 43

제2장 나는 방랑자이자 산에 오르는 자
백월산의 전설, 그리운 것들은 백월에 빛난다! 57
백월산의 두 도인,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63
견훤과 왕건, 대립하는 리더 76
선화는 서동을 몰래 안고 84
단군, 손님이 신이다! 95

제3장 꿈인 줄 알고 살아갈 수 있다면
조신의 꿈 105

경주 황천, 그건 도깨비장난이었을까 114
해인사의 쌍둥이 연인불 121
늙어서도 아름다운 나무 129

제4장 저마다의 방법을 찾아서
단순하게 살기, 진주의 욱면에게 배운 일심 143
당신의 목탑, Let it be! 154
의상이라는 마니보주 164
쑥과 마늘의 시간, 고통의 연금술 173

제5장 ‘나’는 이 땅의 기억
미추왕을 아세요? 185
자장 스님과 성철 스님의 삼천배 194
탑돌이와 호랑이 신부 203
어머니를 구해낸 아들 이야기 211

마치면서|시간 밖의 시간, 백팔배 속으로 221

저자소개

이주향(李柱香) 수원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수원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철학자다. EBS <철학 에세이>, KBS 1라디오 <이주향의 책마을 산책> <이주향의 문화포커스>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현재 한국니체학회 회장이다. 역사적 시간을 뚫고 나오는 신화적 시간에 관심이 많은 그는 그리스 신화, 내 마음의 12을 펴내기도 했다. 이주향의 삼국유사, 이 땅의 기억은 신화적 시간, 원형적 시간의 관점에서 삼국유사를 조명한 책이다.

 

정선자(丁善子) 사진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문학을 공부했다.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후 편집자로 활동. 사물과 현상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오랜 인연을 맺고 있던 글쓴이 이주향과 함께 삼국유사의 배경이 되는 사진을 찍기 위해 현장을 찾아다녔다. 사물의 시간, 사람의 시간을 담아내는 주제에 몰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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