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말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이 지나고도 벌써 3년째다. 이 기간 동안 남과 북은 별다른 교류 없이 각자의 환경과 특성에 맞게 독자적이고 개성 넘치는 음식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이 함께 공존하는 통일국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음식 문화의 교류가 선행되면 좋겠다. 남북의 음식 문화 교류만으로도 충분히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 통일은 가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부지런한 발걸음과 손놀림에 있기 때문이다.
현 시국을 보니 남북이 같은 밥상에 앉아 허심탄회하게 음식을 나눌 일이 부쩍 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의 같은 테이블에 앉아 북측이 준비한 평양냉면을 마치 폭풍흡입하듯 후루룩 맛있게 먹는 장면은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남측 대표단이 올 9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옥류관과 대동강수산물식당 같은 대중식당에서 남북이 자리를 함께하는 오찬과 만찬이 이어졌다. 만남이 곧 통일이고, 만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먹는 일이다.
이남에서도 영남과 호남의 음식이 다르듯, 이북 음식도 관서와 관북이 서로 다르다. 각 지역의 자연지리 환경 때문이다. 보편적으로 이북 음식은 심심하거나 맛이 없게 느껴질 수 있다. 자극적인 양념이나 인공 조미료를 많이 쓰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박하고 거친 맛을 계속 접하다 보면 그 매력에 푹 빠져들기 마련이다. 원재료의 맛이 최대한 살아나는 담백한 뒷맛의 여운이 길어 필자는 자연스레 이북 음식 미식가의 한 사람이 되었다.
음식 속에는 이념과 사상이 없다. 그러나 음식을 먹는 이들의 환경, 기억, 감정 그리고 가치관 속에는 정치사회 의식과 역사가 녹아 있다. 그렇기에 이북 음식을 즐겨 먹는 일은 그들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일이다.
필자는 방북 중에 항상 북녘 동포들에게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 무엇이고, 인기 있는 음식이 무엇인지를 눈여겨보았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민간 요리와 진기한 음식을 소개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젊은이들의 결혼식 잔치와 노인들의 수연례 잔치 현장도 담았다. 음식 문화를 통해 남과 북이 동질성을 회복하고 서로가 육화(肉化)되고 한 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로스앤젤레스 서재에서
다운타운 빌딩숲을 바라보며
- 최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