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본서의 구성
공기업은 본래 공공가치를 실현하거나 공공재․외부효과로 인해 발생하는 시장실패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기업이 오히려 실패하거나 골치 덩어리로 전락하기도 한다. 공기업의 생성과 운영원리는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와 다르고 사기업과도 상이하다. 이러한 공기업의 특징을 고려하지 않고 공기업을 정부부처, 지자체 또는 사기업과 유사하게 바라보고 운영․관리하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공기업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기업을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정치적 관점은 누가 공기업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운영․관리하는가의 문제로서 지배구조(governance)와 관련이 깊고, 경제적 관점은 공기업의 제반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는가와 관련된 문제이다. 국민(주인)과 공기업(최종 대리인) 사이에서 정치권(중간 대리인)이 공기업에 어떻게 개입하고 그 결과 공기업의 자원이 어떻게 배분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본서는 이러한 정치경제적 접근방법을 통해 그동안 이슈가 되어 왔거나 앞으로 이슈가 될 수 있는 핵심적인 사항을 중심으로 공기업 정책을 다루고 있다. 공기업의 실제 사례와 데이터를 최대한 수집하여 설명하고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공기업 정책 담당자나 공기업 현장의 활동가가 공기업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정책을 개발하며, 대학(원)에서 공기업 수업을 진행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였다. 관련하여 각 장에서 살펴볼 수 있는 사항은 다음과 같다. 본서를 순서에 따라 읽어도 좋지만, 독자의 선호에 따라 필요한 장을 선별하여 읽어도 무방하다.
제1장은 공기업의 포괄범위, 생성․운영원리와 현황을 다루고 있다. 제1절은 OECD 등 국제기구가 권고하는 공기업과 우리 국민과 정부가 판단하는 공기업은 다소 상이함을 다룬다. 제2절은 공기업의 생성원리가 각 기관마다 상이하고, 공기업이 운영되는 원리가 중앙부처, 지자체 및 사기업과도 상이함을 설명한다. 제3절은 공기업의 현황을 중앙부처․지자체 및 유명 사기업과 대비하며 설명한다. 공기업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을 다루고 있지만 공기업 정책 담당자와 연구자(학생) 등이 정책을 다루거나 분석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을 언급하고 있다.
제2장부터 제5장까지는 공기업 정책 중 주로 정치적인 측면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제2장은 정부의 공기업 지정에 대한 사항을 살펴본다. 현재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정부는 각 기관을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 등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반면 경우에 따라서는 동법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OECD 등 국제기구에서 권고하는 사항과 한국의 관련 법령간 상이한 점은 무엇인지,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간에 어떤 차이가 존재하는지, 정부의 재량적 지정과 관련한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본다. 또한 한국산업은행, 금융감독원, KBS, EBS, 농협중앙회, 군인공제회 등 공공기관 지정과 관련된 이슈 기관의 사례를 살펴본다.
제3장은 기관장, 감사(위원장), 사외이사 등 공기업 임원의 정치적 연결성에 대해 검토한다. ‘정치적 연결성’은 통상의 ‘낙하산’보다 우월한 개념이다. 낙하산 인사 개념을 사용할 경우 사실은 훌륭한 인사인데 배제되거나 배제해야 할 인사인데 임원으로 선임되는 등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과거 노무현정부,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에서 공기업 임원으로 선임된 기관장, 감사(위원장), 사외이사의 정치적 연결성을 비교 분석한다. 더불어 과거 정부에서 이슈가 되었던 공기업 또는 분석의 실익이 있는 일부 기관의 임원에 대한 정치적 연결성을 살펴본다.
제4장은 선거와 공기업간 관계에 대해 살펴본다. 선거는 정치의 정점이다. 정치권이 공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선거 또한 공기업 경영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여기서는 선거가 공기업의 일자리 등 경영관리에 미치는 영향을 해외 공기업의 사례 등을 활용하여 설명한다. 또한 선거가 공기업의 성과에 미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살펴보고, 그중 가장 중요한, 선거가 기관장의 교체를 통해 공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경로를 구체적으로 검토한다. 마지막 절에서는 한국의 선거(대선․총선)가 실제 공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다. 선거가 재무성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정부 성과평가(경영평가)에는 영향을 미쳤음을 살펴볼 수 있다.
제5장은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사항을 다룬다. 최근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그러나 과거 사회적 책임과 최근의 사회적 가치가 개념적 측면에서 어떠한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 학계에서는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이다. 또한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가치의 개념이 차이가 나더라도 실제 공공기관 현장에서 어떻게 차별적으로 실행해 나갈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본 장에서는 이러한 현재 진행형 상황을 반영하여 제1절은 최근까지 논의되었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검토하고, 제2절은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다. 제3절에서는 공기업의 사회적 가치 이행 사례를 기관별 이행 여건과 관련된 정부평가 결과를 함께 고려하며 분석한다.
제6장부터 제9장까지는 공기업 정책 중 주로 경제적인 측면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제6장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대한 사항을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검토한다. 제1절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전반적인 사항을 설명하고, 제2절은 지난 11년간의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경영평가 실적을 유형별(공기업, 준정부기관), 범주별(경영관리, 주요사업, 계량, 비계량), 3개 정부별로 분석한다. 제3절은 경영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정치적, 경제적, 기타 요인으로 구분하여 살펴본다. 제반 요인 중에는 각 공공기관이 통제할 수 있는 요인도 있고 그렇지 않은 요인도 존재한다. 제4절은 경영평가에 대한 평가와 문제점을 검토한다. 경영평가의 객관성, 평가단의 전문성, 피평가기관의 진정성 등을 사례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제7장은 공기업의 협력업체에 대한 사항이다. 최근 대기업과 협력업체간 상생 또는 동반성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제기되고 있다. 사기업(주로 대기업)과 협력업체에 대한 연구 및 정책은 다양하지만, 공기업과 협력업체에 대한 연구 및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공기업이 중소협력업체와 상생하고 있는지, 관련된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현황 파악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를 반영하여, 제1절은 공기업의 협력업체 현황을 산업별, 유형별로 살펴본다. 제2절은 공기업 협력업체의 성과에 대해 알아본다. 제3절은 공기업 협력업체의 성과가 공기업의 성과와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공기업이 성과를 높이기 위해 협력업체에게 소위 갑질을 하지는 않는지를 분석한다. 제4절은 협력업체와의 상생관계를 성실히 추진 중인 공기업의 사례를 살펴본다.
제8장은 공기업 민영화와 관련한 사항을 검토한다. 공기업 민영화 정책은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동시에 시장 환경에도 큰 영향을 받는 복잡하고 섬세한 정책이다. 그만큼 고려할 사항이 많다. 많은 사항 중 공기업 민영화와 관련된 핵심적인 사항을 제1절에서 살펴본다. 제2절은 공기업 민영화의 성과를 연구한 선행연구를 종합 정리한다. 기존 선행연구의 상당수는 공기업 민영화가 미시적인 개별 기업의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분석하였다. 그러다보니 공기업 민영화가 거시적인 후생(국민경제)과 형평성 등에 미치는 영향은 등한시하고 공기업 민영화를 평가하거나 민영화 정책을 입안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이를 반영하여 공기업 민영화의 성과에 대한 균형 잡힌 분석이 될 수 있도록 공기업 민영화의 성과를 미시적인 개별 기업의 관점, 거시적인 후생(국민경제)의 관점, 형평성 등 기타의 관점으로 구분하여 종합적으로 정리한다. 제3절은 그동안의 민영화 정책을 정부별로 살펴본다.
제9장은 주식시장에 상장된 공기업을 다룬다. 상장 공기업은 부분 민영화된 공기업으로서 정부 지분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일반 국민 또는 기관 투자자가 주주가 될 수 있는 기관이다. 따라서 상장 공기업은 완전 민영화된 기관 및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일반 공기업과 성격이 상이하다. 그만큼 관련 정책도 여타 기관과 차별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상장 공기업에 대해 차별화된 정책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제9장에서는 국내․해외 상장 공기업의 현황을 살펴보고, 상장된 공기업에 대한 정책 목표가 여타 기관과 차별화되는 점을 검토한다. 또한 상장 공기업 정책에 대한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한국의 상장 공기업 관련 정책을 분석한다.
마지막 제10장은 앞의 장에서 제기된 공기업 관련 제반 문제점의 개혁방향을 제시한다. 제1절은 정부의 공공기관 지정 및 정치적 연결 인사의 배제 등 정치적 측면에서의 개혁방향을 다룬다. 제2절은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 경제적 측면에서의 개혁방향을 검토하고, 제3절은 공기업의 책임경영 강화와 정부 담당조직 개편 등 종합적 측면에서의 개혁방향을 살펴본다. 개별 개혁방향을 서술할 때 각 개혁방향에 부합하는 개혁의 원칙, 장단기 개혁방향, 또는 예시적 개혁방안을 적절히 제시하였다.
본서가 나오기까지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다. 부경대의 이남국 교수, 강원대의 김영록 교수, 지방공기업평가원의 노성민 박사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내용도 점검해 주었다. 신가희 연세대 박사과정생은 이에 더해 교정까지 꼼꼼히 봐 주었다. 박영사는 출판 작업을 원활히 진행해주었고, 여러 공기업 관계자 분들은 인터뷰 등 도움을 주셨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저자를 아껴준 동반자, 사랑하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2018년 9월
저자 유승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