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오랜 친구들과 공들여서 긴 이별을 하고 있다.”
나를 둘러싼 물건들과 마주하며 찾은 삶의 방향
걸리는 것 없이 자유로웠던 저자의 인생에 딱 한 가지 장애물이 있다면 그것은 물건들이었다. 삶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아니 좋아하지 않는 것이 없는 것들로 가득 채우기 위해 영점에서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었다. 월셋방을 빼고 가구와 가전제품을 팔고 한때 저자의 공간을 빼곡히 채웠던 것 중 일부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리거나 팔거나 기부했다. 15년 전 재활용센터에서 1,000원에 사서 마르고 닳도록 쓴 낡은 그릇은 후배의 애정템이 되었고, 뉴욕 구매 대행을 감행해 공들여 공수해왔던 마르지엘라 드레스는 단돈 3만 원에 육아에 지친 여성에게 따듯한 위로가 된다. 실수로 가품 가격에 팔아버린 정품 버버리 트렌치코트는 어떤 이의 위시리스트에서 나와 근사한 선물이 되었다.
삶이 버거울 땐 저자처럼 조금 덜어내 보는 것도 좋겠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지 우선순위를 정하다 보면 흩어져 있던 내가 조금 더 선명해지고,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발견할 수 있다. “이 물건이 없다면?” “인생을 트렁크 하나에 담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은 자연스레 내게 가장 중요한 것, 좋아하는 것, 나아가 어떤 결의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로 이어진다. 더하기에 지쳐 내가 흐릿해질 때, 도대체 나는 무얼 위해 달리고 있는지 불쑥불쑥 답 없는 물음이 터져 나올 때 이 책이 지금 삶의 중심을 어디에 두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