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무지개가 뜨는 건 오늘 비가 왔기 때문이야”
무모하고 제멋대로인 토끼, 피터 래빗의 매일이 늘 특별한 이유
“맥그레거 씨 밭에는 들어가면 안 돼. 너희 아버지가 멋모르고 거기 갔다가 맥그레거 부인의 파이가 되었거든.”
_「피터 래빗 이야기」 중에서
엄마의 당부를 들은 플롭시와 몹시, 코튼테일은 맥그레거 씨 집에는 얼씬도 하지 않고 오솔길에서 블랙베리를 따 먹고 논다. 하지만 피터는 엄마가 자리를 뜨자마자 곧장 아빠가 붙잡힌 그 밭으로 향한다. 귀엽고 온순해보이는 아기 토끼, 피터 래빗은 어째서 엄마의 말을 거스른 걸까?
많은 이들이 플롭시와 몹시, 코튼테일처럼 살아간다. 안정적인 삶을 꿈꾸며 오늘도 그저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란다. 무언가 시도해보고 싶어도 혹시 실패할까 봐 우물쭈물하며 시간만 낭비한다. 그러나 당신이 알아야 할 한 가지는, 미래를 걱정하느라 지금 당신의 마음이 하는 말을 저버린다면 절대로 지금보다 나아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면서 선택에 앞서 점점 더 많은 고민을 한다. 지금이 적당한 때인지, 부모님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지, 안전하고 편해질 수 있는 길인지. 하지만 피터 래빗은 고민하지 않았다. 행복의 기준을 오늘로, 또 자기 자신에게만 두고 눈앞에 펼쳐진 순간을 누렸을 뿐이다. 피터 래빗과 함께 하다 보면 당신 또한 어느 페이지에선가 깨닫게 될 것이다. 어차피 정답 따위 없는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선택이란 무엇인지를.
“정해진 대로 따르기만 하는 삶, 쉽고 편할 거야. 하지만 재미는 없겠지.”
소심하게 굴기에 우리 인생은 너무 짧으니까.
우리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세상에 산다.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하지만 포기를 결정하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사람들이 정해 놓은 매뉴얼을 따르지 않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난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세상의 기준에서 제대로 벗어나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 이야기』는 피터 래빗이 주인공이 아니다. 피터 래빗은 여러 단편 중 한 편의 주인공일 뿐이다. 각각의 단편에는 저마다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특이한 점은 그들이 모두 특별한 모험을 떠난다는 것이다. 그 길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다. 때론 목숨도 걸고,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모습이 어딘가 모자란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피터 래빗과 동물 친구들의 무모한 도전은 조금이라도 정해진 틀에서 벗어날까 봐 전전긍긍하며 사는 우리에게 뭉클한 교훈을 준다. 또, 새로운 일에 무작정 도전해도 괜찮을 거라는 용기를 준다. 아빠는 농부 맥그레거 씨 밭에 들어갔다가 붙잡혀 파이가 되었지만, 피터 래빗은 그 텃밭에 다시 간다. 잡힐 뻔한 위기를 모면하고 엄마 품으로 돌아온 피터 래빗은 말한다. “평범하게 살면 쉽고, 안전할 거야. 하지만 재미는 없겠지.” 또, 배를 타고 모험을 떠난 꼬마 돼지 로빈슨은 이렇게 말한다. “평범하게 살다가는 결국 이모들처럼 베이컨이 되겠지. 하지만 나는 달라!”
“매번 착한 사람들만 다치고 아픈 게 너무 싫어. 그러니까 당신, 아프지 말라고.”
오늘도 봄을 기다리는 당신에게 건네는 햇볕 같은 문장들
누군가 툭 던진 “요즘 많이 힘들지?”라는 한마디에 주저앉아 소리 내 울고 싶었던 순간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건 징징대지 말라고 모질게 말하면서도 손을 내밀어 일으켜주는 친구가 아닐까. 『가장 빛나는 계절은 바로 오늘이었어』가 이토록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모두 다 잘 될 거라는 형식적인 위로와 격려가 아닌, ‘울고 싶으면 실컷 울어. 너만 그런 게 아니라 삶이란 게 원래 쉽지 않잖아. 하지만 내가 같이 가줄 테니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포근한 위안 때문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냉혹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해서 넘어지고 수없이 거절당할 것이며, 끝없이 미워하고 미움받을 것이다. 하지만 무심한 듯 다정하게 내뱉는 ‘함께 가줄게’라는 말에 순식간에 슬픔이 증발하고 단숨에 용기가 생긴다. 그렇기에 피터 래빗이 건네는 문장들은 비극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가슴속 깊이 진하게 스민다.
“사랑스러운 돼지 로빈슨, 네 들창코에 축복이 있기를!”
내가 나라서 칭찬해. 내가 나라서 좋아.
묵묵히 나의 길을 가고 있을 뿐인데, 실패한 인생이라며 손가락질받을 때가 있다. 옆에서 생각 없이 내뱉은 한두 마디에 ‘이대로 나, 괜찮은 걸까’라며 고민하는 당신에게 누군가 ‘피할 수 없으면 즐길 게 아니라 빠져나갈 길을 찾으라’고 말하고, ‘이게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라는 말은 개소리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해준다면 어떻겠는가? 또, 오늘 당신을 괴롭혔던 직장 상사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위선자들에게 대신 한마디 해준다면? 이 책은 겉으로는 잘 견디고 있지만 속은 곪아 있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어 힘들어 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당신의 마음을 속 시원히 긁어주는 피터 래빗을 만나 울고 웃다 보면 조금 불친절한 세상일지라도 계속해서 나답게 꿋꿋하게 살아갈 힘이 생긴다. 남들이 바라는 모습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자신을 지키는 삶을 살아야 할 당신에게, 이 책이 잠시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