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마음을 데우는 크레파스 친구들의 색색 가지 온기가 전해지는 그림책
10색 크레파스 케이스는 딱 10개의 크레파스 친구들을 위한 보금자리입니다. 다른 누군가 끼어든다면 뚜껑을 닫을 수도, 편안히 누울 수도 없습니다. 밤이 되어 크레파스 친구들이 모두 자기 자리로 돌아갔지만, 하양이는 지친 몸을 누일 잠자리조차 없었습니다. 그 잠자리는 딱 ’10색 크레파스’만을 위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때, 까만 크레파스는 지친 하양이에게 기꺼이 제 자리를 내어 줍니다.
케이스 바깥 자리, 조금은 불편해 보이는 그곳에 몸을 누이면서도 웃음 짓는 까만 크레파스가 아름답습니다. 흰 도화지에는 그릴 수 없는 하양이를 위해, 기꺼이 색색 가지 색으로 도화지를 메우고 하양이가 좋아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게 배려하는 크레파스 친구들의 마음이 참 살갑게 느껴집니다.
“모양은 조금 다르지만 우리와 함께 살면 돼.”
열한 번째 크레파스인 하양이를 위해 10색을 11색으로 바꿔 준 물감 누나와 붓 형, 하양이의 잠자리를 만들러 나선 가위와 풀의 마음씨가 참 너르게 다가옵니다.
사물의 물성이 그대로 반영된 앙증맞은 캐릭터의 매력
나카야 미와 작가는 캐릭터의 귀재라고 불립니다. 그녀가 만들어낸 도토리 마을, 누에콩 친구들, 그루터기, 크레파스, 채소학교까지, 아이를 꼭 닮은 이 캐릭터들은 아이들의 생활 가까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 사물들이어서 친근함을 더합니다. 각각의 물성이 오롯이 캐릭터에 투영되어 하나하나 발견해 가는 재미도 쏠쏠하지요.
하얀 크레파스는 흰색이라 흰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도 잘 보이지 않지만, 여러 색을 두텁게 칠한 뒤에는 흰 색깔이 선연히 보입니다. 사랑 고백을 하듯 하얀 꼬마 크레파스가 흰 종이에 써 놓고 간 편지는 물감 친구들이 쓱쓱 색을 칠하자 마술처럼 하얗게 모습을 드러내지요.
『까만 크레파스와 하얀 꼬마 크레파스』에는 가슴을 데우는 이야기가 있고, 눈을 즐겁게 하는 앙증맞은 캐릭터가 있고, 엄마와 아이가 함께 따라 해 볼 수 있는 소소한 미술놀이가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