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새로 바뀌면서 소위 적폐청산수사를 통해 전직 대통령 2명까지 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으며, 현 정권과 관련된 특검 수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사법부의 소위 재판거래의혹으로 인해 전 대법원장까지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형사사법의 과잉과 재판의 불신’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어 매우 답답합니다.
올해 초에 6.13 지방선거에서 동시 투표를 하여야 한다며 ‘대통령 개헌안’이 불쑥 발의된 적이 있었는데, 그 개헌안에 검사의 영장청구권이 삭제되어 특별히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나 결국 개헌안은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이어서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합의문’이 발표되었는데, 부패범죄 등 종전의 특수수사 분야를 대부분 검사에게 계속 맡기는 대신 송치 전 검사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를 폐지하고,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을 불기소사건에 한해 인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인사권 행사는 달라지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느낄 어떤 조짐도 보이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원했던 검찰개혁이 고작 이런 것이었는지 실망과 분노가 일어날 정도입니다. 앞으로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률의 개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지켜보겠습니다.
이러한 격변의 시대에 사상 최대의 폭염과 싸우며 형사소송법 제4판의 개정 작업을 열심히 하였습니다. 올해 초에 ‘사례형사소송법’을 새로 출간하느라고 지난 겨울방학을 대부분 소진하였는데, 다시 이번 여름방학을 형사소송법 교과서 개정 작업으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제4판에서는 ‘국회의원에 대한 면책특권의 대상이 되는 행위’, ‘절차형성행위에 있어서 착오 등이 무효의 원인이 되는 여부’, ‘변호인의 피의자접견과 구속영장청구서 등에 대한 열람 및 등본의 교부청구’, ‘수사관계서류 등의 제출과 구속영장 등에 대한 열람 및 등본의 교부청구’, ‘체포취소’, ‘대물강제처분 요건으로서의 해당 사건과의 관련성’, ‘압수.수색영장의 사전제시’, ‘원격지 정보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 ‘강제채뇨의 법적 성격’, ‘긴급체포 후의 압수.수색.검증에서의 요급처분의 불인정 여부’, ‘검사의 내사사건 처리’,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검증조서에 기재된 진술의 증거능력’, ‘가정폭력행위자에 대한 보호처분과 불처분결정’, ‘기판력의 시간적 범위’, ‘유죄의 확정판결 후에 특별사면이 있었더라도 재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여부’, ‘재심이유에서 증거의 명백성의 의미’, ‘형집행장을 소지하지 아니한 경우에 급속을 요하는 때의 상대방에 대한 고지내용’ 등에 대하여 학설을 정리하거나 판례의 입장을 추가하고 검토의견을 붙이는 등으로 좀 더 체계적으로 보충하거나 새로 작성하였습니다.
그리고 2017년 12월 12일과 19일에 공포.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의 내용을 반영하고, 2018년 7월까지의 대법원 판례와 헌법재판소 결정도 소개하였습니다. 최근의 각종 통계와 의미있는 언론보도의 내용도 기재하였고, 2018년 제7회 변호사시험의 사례형 문제와 2017년 마지막 사법시험 2차 문제도 간단한 설명까지 붙이면서 기출문제를 찾아보기 쉽도록 본문 끝에 ‘시험색인’을 수록하였습니다.
이 책의 출간과 함께 시작된 친구 차상석 한일사료(주) 부회장의 로스쿨 장학금 기탁이 5년째가 되어 한국외대 법학관의 예쁜 강의실에 ‘차상석 강의실’이 만들어졌습니다. 지난 2월 말에 강의실 명명식이 있었지만 이 책의 역사와도 같으므로 머리말에 남겨서 기념하고 싶고 차부회장께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판과 사례형사소송법에 이어 계속 출간을 맡아 수고하여 주신 피앤씨미디어의 김중용 부사장님과 심성보 이사님, 김인숙 과장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끝으로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계속 낮아지고 로스쿨 3년의 짧은 기간 동안 공부해야 할 분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마음이 급한 나머지 처음부터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요약서나 수험서를 붙잡고 재미없는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공부도 급할수록 성실한 자세로 정도를 걷기를 바라면서 이 책이 형사소송법을 공부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실무가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2018년 8월
시원하고 공활한 가을 하늘을 기다리며
한국외대 법전원 연구실에서 이 창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