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고수는 도구를 탓하지 않는 법이라고 했는데…
물론 옛말이다.
좋은 도구를 가지고 잘 사용할 줄 알아야 전쟁에서도, 사업에서도, 직장생활에서도 남보다 앞서 나갈 수 있다. 국경을 초월하고 속도와 정확성이 요구되는 4차원 정보시대에는 정보도구에의 숙달 정도가 곧 경쟁력이다. 어쩌면 우리는 도구나 수단이 목적까지도 지배하게 되는 역전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컴퓨터나 인터넷, 스마트폰 등은 분명 업무나 소통을 위한 도구로 개발되었다. 그런데 이젠 이러한 도구 없이는 아무런 일도 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장인일수록 더 좋은 연장을 가지고 있고, 이름 있는 화가들은 보다 질 좋은 캔버스와 물감을 사용한다. 잘 나가는 요리사일수록 질 좋은 재료와 칼을 사용하고, 프로그램 개발자들에게는 좋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이 보다 완벽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회계업무를 수행하거나 기업정보자료를 분석하여 의사결정에 사용하는 사람들의 손에도 이젠 주판과 종이장부 대신에 ERP나 Excel 소프트웨어가 쥐어져 있다. 시대 변천에 따라 사용 도구도 바뀌게 마련이다. ERP가 주어진 정형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데 적격이라면, 새로운 프로세스를 만들어 처리하거나 여러 가지 변수들을 고려한 의사결정에는 Excel이 제격이다.
아직도 Excel을 단순한 수치연산이나 차트작성에 사용하는 도구 정도로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Excel은 우리들의 일반적인 상상 이상으로, 소위 화이트칼라들이 수행하는 모든 업무영역에 두루 적용될 수 있는 만물상자이다. 더구나 Excel에 내장된 Macro 기능을 조금만 사용할 줄 알아도 제법 복잡한 프로그램까지도 손쉽게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전형적인 엔드유저 컴퓨팅 도구이다. Excel 기능이 모두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제 남은 것은 많은 회계업무 수행자들이 Excel의 기능을 보다 잘 익혀서 다양한 의사결정이나 업무처리에 유용하게 활용하는 일이다.
수치연산을 기반으로 하는 회계업무에 Excel만큼 유용한 도구가 없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많은 Excel 관련 도서 중에서도 회계실무 영역에 지침서가 될 만한 참고자료가 많지 않다. 이에 오랫동안 회계실무에 대한 강의를 진행해 오면서 개발하여 사용해왔던 사례자료들을 모아 정리하고, 실제 기업 현장에서의 업무수행과 의사결정 상황 등을 검증받아 사례중심의 학습서를 만들어보고자 하였다. 특히 이 책에서는 대부분의 Excel 관련 서적들이 채용하고 있는 기능 중심의 설명을 지양하고, 기업의 각 실무현장에서의 의사결정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문제들을 Case 형태로 정리한 후, Excel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따라하기] 형식으로 비교적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또한 단지 [따라하기] 형식으로만 학습한 내용은 자칫 응용능력이 결여될 수도 있다고 생각되어, 각 의사결정문제에 대한 유사사례를 제시하고 이를 [혼자 해보기] 형식으로 자율적으로 해결해보도록 함으로써 응용능력 배양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혼자 해보기] 사례에 대해서는 개괄적인 과정이나 결과 화면이 Tip 형식으로 제시되어 있으므로, 이를 강의나 토론을 통해 함께 방법을 모색해볼 수 있도록 하는 부분도 고려하였다.
이 책은 분명 회계학이나 Excel에 대한 기초 서적은 아니다. 즉, 회계원리나 Excel의 기초지식 정도는 알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고려하였다. 따라서 회계학이나 Excel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은 생략하고, 처음부터 실무현장의 사례문제를 소개하고 이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으로 구성하였다. 다만, [따라하기]의 설명 과정에서 꼭 필요한 Excel 기능이나 기본적인 회계지식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한 설명을 추가함으로써, Excel이나 회계업무를 처음 대하는 사람들도 충분히 이해하여 적용해 볼 수 있도록 고려하였다.
이 책의 전체적인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제1편 [영업실적분석과 장부관리]에서는 Excel에 회계업무를 가장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영업실적분석, 재무분석 및 차트보고서 작성 등의 사례와 기본적인 회계장부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문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제2편 [의사결정과 함수 활용]에서는 할부금 계산, 급여계산서 작성, 투자안 평가, 매출액 분석 등 주요 회계 의사결정에 Excel 함수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사례문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제3편 [추정재무제표와 추세분석]에서는 Excel 수식과 셀 참조 기능을 이용한 민감도 분석과 판매 추세예측 등의 사례에 Excel을 적용하는 방법과 절차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제4편 [매크로와 업무 자동화]에서는 Excel Macro의 기본 사용법과 Macro Code 및 사용자정의 폼에 대한 이해를 통해 매입매출 거래 및 재고관리업무 사례 등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제5편 [Excel 재무회계 프로그래밍]에서는 지금까지 학습한 내용을 종합하여 기본적인 회계처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재무회계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보는 절차를 [따라하기] 형식으로 구성하였다. 여기서는 회계처리의 순환과정에 따라 각 과정에서 필요한 장부서식과 결산서류들을 직접 설계하고, 각 서식에 입력 및 응용통제와 보호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회계 고유의 기능에 충실한 Prototype 형태의 완성도 높은 회계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 한 권의 책에 Excel을 적용하여 효율화할 수 있는 회계업무의 모든 사례를 담기는 어렵다. 또한 사례문제 해결을 위해 [따라하기]에서 제시되고 있는 하나의 방법만이 존재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중요한 것은 [따라하기]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독자 스스로가 또 다른 해결방법은 없을지, 이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응용분야는 어떤 것일지를 꾸준히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통해 독자들이 보다 넓은 응용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물론 저자도 독자들의 의견과 기대를 반영하여 보다 나은 학습서가 되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
2018년 여름의 초입에
저자 정 용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