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백은 신라인의 후예다
아내와 자식의 죽음을 뒤로하고 계백은 황산벌로 향한다. 훗날 숱한 논쟁을 야기한 역사적 장면이다. 계백이 처자식을 죽일 필요가 없는데도 죽인 탓이었다. 한 번 귀족은 영원한 귀족인 세상이었다. 당나라에 끌려간 의자왕과 백제의 귀족들은 잘 살았다. 나라가 망해도 지배층은 비극적인 삶을 살지 않았다. 망국의 설움은 오로지 백성들의 몫이었다.
계백이 처자식을 죽이는 장면을 작가가 어떻게 처리했는지 궁금했다. 계백 스스로 아내와 자식을 죽였을까? 의자왕이 계백에게 처자식을 죽이라고 명령했을까? 아니면 생각지도 못한 다른 동기가 있었을까? 영화로 치면 스포일러지만 서평에서 이 이야기를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작가는 계백의 아내가 자식들과 함께 자진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런데 계백의 아내와 처자식은 왜 죽어야만 했을까? 자살이든 타살이든. 이 수수께끼의 열쇠는 은고, 의자왕비에게 있었다. 의자왕은 해동 증자였다. 아무한테나 증자라는 영예를 주지 않는다. 의자왕이 계백에게 처자식을 죽이라고 명령했을 개연성은 희박하다.
[평강] [안시성] [계백] 이 연작 소설은 구성이 독특하다. 일견 독립된 이야기인 듯하면서 내용이 연결돼 있다. 연결은 돼있지만 그 주인공은 제각각이다. 설정 또한 독특하다. 온달은 데릴사위였다. 작가는 또 [안시성]에서는 성주를 여자로 설정했다. 계백은 어머니가 신라인으로 그는 반은 신라인인 셈이다. 작가는 새로운 역사적 인물을 발굴했다. 임나가야출신 신라인 강수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백제 멸망의 비밀이 이 강수라는 희대의 지략가에게 있었다. 신라의 천재 강수와 백제 최고의 명장 계백의 지략 대결이 [계백, 신을 만난 사나이]에 펼쳐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