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줄 열다섯 자로 표현한 선명한 서정시 ‘넉 줄 종장시’>
육근철(陸根鐵)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으로, ‘넉줄 종장시’ 220여 작품을 5부로 나누어 실었다. 시조의 종장인 3, 5, 4, 3 형식을 빌려 쓴 15자의 짧은 시인 넉줄 종장시를 통해, 시인은 자신 특유의 독자적 양식 안에 가장 짧은 시편들을 담아내고 있다. 시인은 이 시집에 시조의 종장 형식을 빌려와 오로지 넉 줄로 배열한 작품만을 실음으로써 일관성이라는 개성적 결실과 함께 또 하나의 선명한 서정시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독자는 단 넉 줄, 열다섯 자로 표현된 넉줄 종장시를 통해 그 간결성에 비례하는 긴장과 압축이 명징하게 다가옴을 느끼면서, 익숙한 운율과 함께 넉줄 종장시 시편들을 연달아 읊조리게 될 것이다.
<압축과 긴장의 미학을 살려낸 넉줄 종장시>
김소월, 정지용, 김영랑, 박목월, 조지훈을 거쳐 박용래, 박재삼 등으로 이어지는 전통 서정 계열의 시인들은 한결같이 압축과 긴장의 미학을 택해왔다. 육근철 시인의 넉줄 종장시 역시도 고작 넉 줄 열다섯 자이지만 이를 통해 긴장과 압축의 미학을 실현하고 있다. 그래서 시는 사물들이 수런대는 풍경을 통해 시인 역시 그 풍경과 자연 안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처럼 일체화된다. 거기서는 언어가 숨을 멈추고 풍경만이 육체를 얻어 발화하기 시작한다. 시인은 그 안에서 일종의 ‘침묵의 소리(sound of silence)’를 듣고 있는 것이다.
<언어는 짧고 침묵은 하염없이 긴 ‘넉 줄 종장시’>
산 벚꽃
쏟아지는 강
반짝이는
잔물결 -<꽃비> 전문
두 쪽지
사랑의 편지
이 꽃 저 꽃
배달부 -<나비> 전문
시집에 실린 시 중 2편이다. 2편 모두 3·5·4·3, 넉 줄, 열다섯 자를 벗어나지 않으며 넉줄 종장시의 진수를 보여준다. 물론 이 시집에 실린 모든 시가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시인은 넉줄 종장시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넉줄 종장시는 누구나 항상 새로운 시심을 갖고 시를 지을 수 있습니다. 특히 자연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어 맑고 밝은 시심을 갖고 시심을 연마하는 데 유용합니다. 또 짧고, 단순하고, 감동받기를 좋아하는 현대인들에게 있어 필요한 시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