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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명

화명

  • 황구하
  • |
  • 시와에세이
  • |
  • 2018-07-27 출간
  • |
  • 111페이지
  • |
  • 127 X 206 mm
  • |
  • ISBN 979118611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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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함께 이루는 생은 얼마나 황홀한가

상주시 부원동 석운도예공방
토끼랑 닭이랑 네 집 내 집 없이 드나드는 앞마당 한쪽
늙은 호박 한 덩이

생을 이어주던 넝쿨넝쿨 다 어디가고
무거운 육신 밤새 내린 하얀 눈 속에 묻혀
노을빛 속살 덜어내는 중이다

검붉은 깃털 윤기 잘잘 흐르는 장닭 다가와
누비 눈으로 감싸인 어깨 부리로 쪼는 순간
덩덩, 북소리가 난다

해진 앙가슴에 달라붙은 토끼 두 마리
고개 갸웃거리며 갉아댈 때
샤샤샥 일렁이는 중심의 물결

생의 소리가 저 늙은 호박에 다 들어앉아 있나
감나무 아래 백구도 어느새 담장을 타고
허공을 향해 컹, 컹, 후렴을 한다

소리가 소리를 키우는 눈부신 고요
―「화명」 전문

시 「화명」은 “늙은 호박”의 이미지는 “노을빛 속살 덜어내는” 고통과 쇠락의 시간 안에 부산한 소리들을 다 품어 “눈부신 고요”로 키워내는 둥글고 단단한 시간의 이미지로 긍정화된다. 여기에는 소란을 품어내는 넉넉한 모성(母性)이 자리해 있다. 늙음이란 소란의 격정들을 “눈부신 고요”로 만드는 견고하고 원숙(圓熟)한 시간의 결정이라는 성찰과 깨달음이 시 「화명」의 주제이자, 이번 시집 전반에 드리운 시인의 의식 지향이라 할 수 있다.
황구하 시인의 시에 나타난 ‘적막’과 ‘고요’는 강렬함의 시간들을 의식적으로 누그러트림으로써 얻어진 내면의 평정과 승화의 순간으로 귀결된다. 넘칠 듯하지만 결코 넘치지 않는 적요(寂寥)의 절제된 감정은 ‘계절’과 ‘꽃’과 ‘동물(가축)’ 등의 동적 이미지와 ‘집’과 ‘마당’ 등의 정적 공간이 화쟁(和爭)하면서 유발하는 ‘맺힘(응축)과 풀림(확산)’의 현기증을 동반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참꽃 피었다

병풍산 오르다 터진 바위틈 햇살에 몸을 맡긴 채 꽃이 된 화사(花蛇)를 본다 꽃다발을 이루는 무리, 손에 든 붉은 꽃잎 삽시간에 척척 널브러지고, 열꽃 앓는 여자는 시퍼렇게 운다

봄 언덕 빈집 한 채 아직도 덜컹덜컹 낡은 문짝이 있다 가파른 어지럼증이 있다 뿌리내리지 못하는 황사 바람 너머 어둡고 축축한 방, 한 줌의 고요가 마당을 휘저으며 혓바닥을 날름거리고, 용을 써 도망쳐도 제자리, 숨이 멎는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

달뜬 몸 둥글게 말고 누운
잠과 잠 사이

참꽃 덤불 아스라이 걸려 있다
―「감기」 전문

시 「감기」는 ‘개화’(開花)의 뜨거운 시간과 ‘잠’의 평온한 시간 사이에서 빚어지는 “어지럼증”의 내면을 “화사”와 “열꽃 앓는 여자”로 표상하고 있다. 참꽃의 개화는 ‘터짐’의 순간이다. 바위가 갈라져 벌어진 ‘틈’도 일종의 터짐이다. 터짐은 ‘무엇’의 분출이고, 확산이다. “화사”는 그러한 분출의 정념을 온몸에 무늬로 아로새긴 객관적 상관물이며, “열꽃 앓는 여자”는 그 상관물에 화자의 몸살과 감정을 이입시킨 존재라는 점에서 둘은 닮아 있다.
집은 ‘회귀’와 ‘탈주’의 욕망이 나선형으로 뭉쳐 있는 근원의 공간이자, 모성의 공간이다. 성장을 해서 집을 떠나고 다시 집으로 회귀하는 일련의 과정은 인간 일반의 보편적 서사일 것이다. 그러한 보편의 서사가 고통의 서사로 각인된다는 것은 ‘집’과 연관된 상처의 기억 때문으로 짐작된다.
그 상흔의 시간이 빈번하게 연민의 감정과 겹쳐 드러나는데 그 특징은 어머니를 비롯해 이모와 당숙모 등 여성 일반에 대한 연민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그, 불쌍한 울 엄마 어? 여기 하나 더 있어 누를 황, 이건 무슨 구지?”(「왈왈」), “낳지 않은 자식 품고 꼬불탕꼬불탕 팔십 고개 넘은 당숙모, 싸라기 한 줌 움켜쥐고 머저리 둥지로 걸어가신다”(「머저리」)라는 구절들이 그러한 예라 할 수 있으며, 그 신산(辛酸)한 삶은 “여기 하나 더 있어”(「왈왈」)라는 고백을 통해 자신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임을 드러낸다. “비탈과 한 몸이 되어 오르내리는 염소”(「흰 고무신」)의 이미지로 응축된 어머니의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이 시인의 내면을 휘젓는 “적막 울음”의 진원지일 것이다. 적막의 울음이 유발한 현기증 같은 기억은 “달뜬 몸 둥글게 말고 누운/잠과 잠”이나 “그늘 속에 잠”(「친정」)으로 승화되면서 평온의 정서를 드러낸다. 현기증 같은 기억을 끝까지 밀고 나가 존재의 한 단면을 여실히 드러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상처의 기억을 내면으로 수렴하고 치유해서 삶을 체현(體現)하려는 시인의 선택은 ‘화명’의 지향성에 근거한다.
황구하 시인에게 ‘화명’의 세계는 자연과 인간의 삶에 대한 ‘오마주’로 이해할 수 있다. 자연이 뿜어내는 생명력과 고난을 감내하는 어머니의 희생적 삶을 존경과 경이의 시선으로 받아들이는 시인의 자세는 ‘겸허’의 눈길로 세상의 이치를 ‘읽어내려는’ 마음가짐으로 드러난다. 하여, 시인에게 자연과 어머니는 하나의 경전(經傳)이 된다. 자연은 비의(秘意)를 품은 ‘경(經)’이고, 그것을 풀어 설명하는 ‘전(傳)’의 세계가 곧 시라는 인식이 황구하 시인의 시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관점은 “낮은 굴뚝 따라가는 비기(秘記)의 틈새,/매화구름 베고 누운 당신을/나는 어떻게 필사해야 하나”(「운조루의 봄밤」)에 명료하게 드러난다. ‘비기(秘記)’를 ‘필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자연과 어머니로 표상된 삶의 의미를 포착하는 오마주의 시선이라 할 수 있다.

근디 자들 벌짱 아이데이 산비둘기, 까막깐치 푸루룩 올라갔다 푸룩푸룩 내려오고 콩새, 박새 포로록 올라갔다 포록포록 내려오믄 다른 놈들 또 차게차게 올라갔다 내려오는 기라 시방까지 밥그릇 쌈하며 해꼬지하는 거 내사 한 번도 못 봤데이 저 쪼매난 보리똥 물고 저리 순허고 둥글게 사는 것 보면 참말로 저 대오 무슨 하늘 말씀 한 구절 한 구절 물어 나르는 행렬 같데이
―「보리똥경」 부분

잘 먹고 잘 싸는 게 잘 사는 거라고, 그건 요강의 목단보다 더 붉은 밥의 말씀이더라고요 시장기 돌면 언제라도 엉덩이 착 붙여 밥 한술 먹고 한세상 또 불끈 들어 올리는 일, 맵거나 쓰거나 짜거나 무던하게 허기 버무려주는 할매 손 약발인 거지요
―「요강단지」 부분

하루하루, 아름다운 낙지(落枝)를 위해//깊은 어둠 끌어안고//스스로 구멍을 내는 데 게으름 피우지 않았다//그 공덕으로 마침내 허공이 열려//또 한 짐 부릴 수 있으니//절 한 채 떠메고 가는 비책, 저 구멍에 있다
―「환한 구멍」 부분

‘밥’과 관련된 시인의 인식에는 부모의 고된 삶에 대한 이해와 밥이 함의하는 따듯함이 곧 삶이라는 각성이 함께 담겨 있다. 이번 시집에는 ‘밥’이라는 상징적 표현이 빈번히 드러나는데, 대개의 그 의미 맥락은 “하는 일 없이 밥 축내는 중생은 어디에도 없지”(「무위사 백구」)라든지 “목숨 뜨건 밥 한술”(「곡」)이라는 표현에 보이는 것처럼 밥을 위한 ‘뜨거운’ 시간이 삶의 본질이라는 구경(究竟)을 담고 있다. 또한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보리밥에 갖은 나물 얹어 쓱쓱 비벼먹고 트림하듯 시원하게 건너오는 밥값”(「요강단지」)의 가치로 환원된다. 여기에는 소박하고 정겨운 인간미에 대한 소망이 스며 있다.
한편 밥과 관련한 삶의 성찰적 인식의 골격이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그대로 투영된다는 것이 이번 시집의 특징 중 하나다. 시 「환한 구멍」은 “아름다운 낙지(落枝)를 위해//깊은 어둠 끌어안고//스스로 구멍을 내는” 오래된 나무의 시간을 삶의 이치로 맥락화한다. 가지가 휘어진 ‘낙지’의 형상은 ‘어둠’과 ‘구멍’의 이미지와 결합하면서 ‘고통과 상처’의 흔적으로 표상된다. 아울러 “스스로”와 “게으름 피우지 않았다”는 수식과 진술에 의해 그 시간들이 자발적 인고(忍苦)의 시간이었음을 강조한다. 그 “공덕”으로 마음의 “짐” 하나를 내려놓을 수 있다는 화자의 진술에는 자연과 엄마의 시간에 대한 무한한 경이(hommage)가 담겨 있으며, 그러한 태도는 불교의 ‘인과론(因果論)’에 근거한 것이다.
황구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화명』은 축축하고 어두운 집의 기억에서 출발해 ‘환한 구멍’의 세계, 즉 “집이란 어둠을 이기는 한 방식이다”(「개밥」)라는 삶의 성찰에 이르기까지의 여정(旅程)으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이란 ‘밥의 말씀’이고, 그 말씀으로 사는 인생의 시간을 “집 한 채 짓는 인생살이”(「꽃놀이패」)로 간명하게 정의하는 시인의 사유가 ‘환함’의 세계를 지향할 때, 이 세계의 고통스런 흔적들은 “만첩의 적막 울음”(「이모화」)을 듣는 화명의 적막과 고요의 시간으로 긍정되고 승화된다. 그것은 시인으로서 갖는 삶에 대한 자기 긍정이며, 또한 삶을 견뎌내는 내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제1부
왈왈·11
개밥·12
무위사 백구·14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다·16
졌다·18
상강·19
화명·20
풍물시장·22
입동 무렵·24
동짓날·25
바닥·26
붉은 이파리·28
약력·30
동안거·31

제2부
한파특보·35
고드름·36
압화·37
매미 허물·38
부조·39
꽃놀이패·40
곡우·42
흰 고무신·43
고삐·44
우수·45
금니 삽니다·46
이모화·48
머저리·50
친정·52

제3부
환한 구멍·55
매협묵집·56
감기·58
도자기 냄새·59
토영·60
장미화점집·62
갑장산 붉나무·64
강아지똥·66
웃었다·67
운조루의 봄밤·68
포도꽃 핀다·70
봄날은 간다·72
축제·73

제4부
개 풀 뜯어먹는 소리·77
소리가 뭉쳤다·78
또 왈왈·80
봄눈이 왔다·81
봄에 찔리다·82
보리똥경·84
꽃의 사연·86
곡·88
고용센터 앞마당·90
수도암 가는 길·91
요강단지·92
굴레·94
엎드려 밭매듯이·95

해설·97
시인의 말·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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