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이란 대체 무엇인가
‘꿈의 서점’22곳, 서점의 정의를 새로 쓰다
서점을 소개하는 책들은 많지만 이 책에 소개된 곳들은 ‘아직’ 누구도 가본 적 없는 서점이 대부분일 것이라 추측해봅니다. 그중에는 어지간해서는 쉽게 찾아가기 힘든 외딴곳도 있지만 도쿄 중심에 소재하면서도 간판도 없이 비밀리에 영업 중인 곳, 생각하기에 따라 무모하기 짝이 없을 만한 황당한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서점도 있습니다. 매일 오가는 거리에 책방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신념 하나로 시작해 문을 연 지 이제 3년이 조금 넘은 책방도 있고, 창업 200주년을 눈앞에 둔 지역의 랜드마크, 거주지를 책방으로 탈바꿈한 생활 밀착형 서점 등 다양한 형태의 서점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런 서점들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있노라면 ‘꿈의 서점답네’ 싶다가도 ‘이래서 수익은 낼 수 있을까’ 하고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그러다 ‘아니, 서점에서 하는 일은 대체 뭘까’라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되지요.
가본 적도 없고, 어쩐지 찾아가는데 무진 애를 먹을 것 같은 곳도 있지만 현역 책방지기들이 이 책에 등장하는 서점들을 꼽은 데는 저마다 뚜렷한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책의 미래, 책방 운영에 대한 아이디어, 북큐레이션 방법 등 책을 이야기하는 기쁨이 그곳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서점은 ‘책을 갖추어 놓고 팔거나 사는 가게’라는 의미에 더이상 머무르지 않습니다.
“책 판매는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데, 아쉽게도 판매는 하지 않는다. 그런 ‘구조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 어려워서이기도 하지만, 책방은 단순히 책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 ‘책 읽는 즐거움을 전하는 장소’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면, 책을 팔지 않고도 책을 읽는 사람을 통해 얼마든지 책을 소개할 수 있고, 그런 형식이 또다른 ‘서점’의 형태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서다.”(128쪽)
책을 둘러싼 유쾌한 모험
책방 운영에 대한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를 전하다
『꿈의 서점』은 책을 만들고 유통하고 판매하는 세 사람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책으로 연결된 이들과 함께 현역 책방지기 취재원 22명이 전하는 이야기는 형식면에서는 각기 다르지만 서점의 본질에 대한 고민, 기존의 출판 구조에 대한 재해석,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전망과 대안 등 책방 운영에 대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공합니다. 무엇보다 책을 둘러싸고 이들이 직접 경험에서 뽑아낸 노하우는 콘셉트의 차별화, 흥미로운 아이템 구축으로 기존의 프레임을 어떻게 바꾸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지금까지 눈길을 주지 않던 장소, 무의식중에 외면하던 장소에 책을 보내는 것도, 앞으로의 책방이 해나가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일 것이다. 지금까지 지나치고 간과해온 상대에게 ‘책이 닿는다’는 것이야말로 책과 서점의 세계가 구체적으로 넓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40~41쪽)
이 책에 등장하는 서점들은 읽기에 따라 머릿속으로만 상상했을 법한 황당한 이야기일 수도,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공감 백배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마냥 멋지고 세련된 공간은 아니더라도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오래도록 지속 가능한 공간을 꾸리기 위한 고민의 결과가 바로 이 책에 담겨 있다는 점입니다. 『꿈의 서점』은 사람들이 책과 서점의 본질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것만으로 이 책을 읽어볼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책을 읽는다고 배가 부른 것도 아니고, 책이 인간의 3대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도 아니다. 즉효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잊었을 즈음, 본인에게 자각이 없는 채로 조금씩 책의 영향이 나타난다. 책의 매력은 바로 그런 데 있다.” (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