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이치를 온몸으로 느끼는 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흐름에 따라 생명은 피고 집니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농부는 그 자연의 이치를 따르며 사는 사람입니다. 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연의 변화를 예민하게 살피며 살지요. 농부이자 시인인 정상평 동시인은 그 자연의 이치를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쓴 시를 『최우수 작품』 안에 소담하게 담아 내놓았습니다. 그 시들은 얼굴에 웃음 머금게 하고, 따스하게 마음을 껴안아 주고, 느껍게 삶의 이치를 깨닫게 합니다.
봄이 오면 밭도 논도 보슬보슬 연해지고 씨앗은 잠깨어 돋아나고 개구리 지렁이 나오는 장면이 시인의 눈에 들어옵니다.(「봄이 왔어요」) 꽃이 피어서 산과 들에 꽃 잔치가 열리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 리 없겠지요. 그 풍경을 그린 시 「꽃 잔치」는 우리 아동문학의 문을 연 방정환의 동화 「사월 그믐날 밤」을 떠올리게 합니다. 너그럽게 풀을 키우고 개미와 풀벌레를 품어 주는 흙 마당은 자연의 모습이자 자연 속에 순하게 사는 농부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아이들도 그런 순한 농부의 마음 같아서 큰 비에 전기가 끊겨도 가만히 눈 감고 풀벌레 소리 들으면 된다고 말합니다.(「풀벌레 악단」) 시를 읽으면 자연의 모습과 그와 함께 숨 쉬는 생명들이 떠올라 스르륵 자연의 이치를 전해 받게 됩니다.
생명을 가꾸고 나누는 농촌의 삶이 녹아 있는 시
농부 시인의 눈에는 농촌 풍경이 담길 수밖에 없습니다. 시인의 눈은 웃음을 지니거나 아픔을 품은, 혹은 너그러움을 지닌 생명들을 찾아냅니다. 노란 씀바귀에 내려앉은 작은 나비를 본 시인은 “꽃은 나비를 안고/ 나비는 꽃을 안고” 있다고 여깁니다.(「무덤가에」) 생명들 저마다 마음을 나누고 지키며 살고 있다고 말하며 우리도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담담하게 전합니다. 아궁이 앞에서 투닥투닥 서로를 생각하며 장작 몇 개 더 넣자 말자 다투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모습 자체가 사랑임을 「사랑」 동시에서 보여 줍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굴뚝 연기가 하트 모양일 것 같다고 상상하게 됩니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삶의 단면이 눈에 환히 그려집니다.
고추밭 이랑을 갈다 괭이자루를 베개 삼아 누워 흘러가는 구름을 보는 아버지, 아들이 가져온 새참에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다시 누워 구름을 보는 아버지처럼 구름을 보는 아들은 힘들게 일해야 하는 농사일을 마다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봄날」) 친환경 농사짓는 아버지 때문에 허리 아프게 풀을 매다 새참 이고 오신 엄마를 보며 풀을 훽 던지고 달려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아이의 모습이겠지요.(「논 매는 날」) 『최우수 작품』 동시집에는 그런 순박한 농촌의 삶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습니다.
가을날 수확의 기쁨을 이야기하는 표제작 「최우수 작품」과 눈이 가물거리도록 한밤까지 쌀에서 뉘를 가리는 농촌 생활을 그린 「뉘를 가리며」에는 농사지은 수확물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느껴져 웃음 짓는 한편, 숙연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아랫집에 이사 와 첫 아이를 낳은 가족에게 나무를 해서 선물하는 이웃(「선물」), 애써 수확한 햇밤을 놓고 서로를 생각하는 이웃(「햇밤 축구」)을 그리며 시인은 우리에게 살 만한 세상 풍경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별들도/ 서로 손잡고/ 깜빡이”고 (「서로 손잡고」) 아이들도 친구들과 손잡고 어울려 사는 세상을 순박한 시로 그려 읊습니다. 이 따스한 동시들을 『최우수 작품』에서 만나게 됩니다.
어린이와 함께 보는 시 해설을 담다
열린어린이 동시집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삶과 함께하며 따뜻하고 너른 눈으로 어린이들의 삶과 꿈을 담습니다. 성장하는 어린이들의 내면을 껴안고 어린이들의 넘치는 상상력을 북돋우는 어린이문학으로서 동시들을 담으려 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껴안고 삶을 껴안는 동시집이 되기를 바랍니다. 어린이들이 즐거이 감상하는 동시집, 시문학으로 시를 오롯이 감상할 수 있도록 이끄는 동시집, 시 감상의 길을 열어 주는 동시집이 되기를 바랍니다. 『최우수 작품』은 농촌 정서를 바탕으로 자연의 아름다움, 함께 사는 따스함, 어디든 짊어지고 살아야 할 삶의 이치 등을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어린이들에게 건네는 동시집 안에 아이들이 읽기 어려운 해설이 담겨 있었습니다. 열린어린이 동시집은 ‘어린이와 함께 보는 시 해설’로 어른만이 아니라 동시의 중심 독자인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시 해설을 실었습니다. 어린이들이 부담 없이 해설을 읽으며 시 감상의 힘을 기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열린어린이 동시집이 동시를 시문학으로 온전히 감상하는 즐거운 동시집, 진정 어린이를 위한 동시집으로 자리매김해 나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