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추백과 노신의 우정
마지막까지 문학에 심취하고 싶었다는 구추백의 말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러시아로 갔듯이 공산당 영수로 살 때도 문학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았다. 제국주의가 강점한 사회에서는 무엇보다 문학가의 임무가 막중하다며 작품을 구석구석 지적하며 참된 지식인의 책무를 역설했고, 백화운동이 서구를 따름으로써 대중과 괴리된 문언이 출현하자 대중은 신문마저 읽을 수 없음을 통탄하며 대중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자고 주장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 소설의 대표작인 세라피모비치의 『철의 흐름』과 고리키의 작품을 언급하며 문학의 방향을 제시했고, 최후의 독백인 『부질없는 이야기』의 마지막도 문학 작품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구추백과 노신의 우정은 빼놓을 수 없는데, 둘의 문학적 연대는 중국의 현대 문학사에 길이 남을 글을 남긴다. 구추백은 노신 잡문의 가치를 일찌감치 알아보고 그 사상을 세상에 최초로 알렸고, 둘이 공동으로 집필해 발표하는 등 서로 지기로 부르기를 서슴지 않았다. 구추백이 체포돼 36세 나이로 처형되자 노신은 눈물을 삼키며 비통해했고, 아픈 몸을 이끌고 죽은 벗의 글을 모아 『해상술림』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이 책이 출간된 해 노신도 병사하고 말았는데, 죽은 벗의 유고집이 노신의 마지막 책이 되고 말았다.
최초로 출간된 구추백 작품
1부는 구추백이 감옥에서 쓴 최후의 작품으로, 공산당 영수로서 살았던 삶과 개인의 고뇌를 다루고 있다. 어머니가 자살할 정도로 가난했던 어린 시절, 사회 개혁보다는 안정된 삶을 원했으나 공산당이 된 청년 시절, 혁명가와 문학가 사이에서의 번민, 공산당 영수로서 저질렀던 오류와 그 과정에서 드러난 자신의 무능력, 평생을 따라다닌 질병 등 짧고 강하게 살다간 구추백의 일생이 한눈에 펼쳐진다.
2부는 구추백이 상해를 떠나면서 문학가 노신에게 맡겨둔 잡문이다. 제국주의에 점령된 중국과 중국인 이야기로, 지식인의 행동과 책무를 준엄하게 비판한다. 정치인의 열등함, 자본가의 비열함, 문학가의 이중성을 낱낱이 들추어내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은유와 풍자는 정신을 차리지 않는다면 문맥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롭다.
3부는 중국의 대문학가 노신과의 우정이 빛나는 작품이 주를 이룬다. 노신의 잡감을 모아 출판한 책에 쓴 『노신잡감선집』 머리말은 중국 문학사에 빼놓을 수 없는 글로, 잡감이 독특한 문체로 등장한 이유를 밝힌다. 이 글에서 구추백은 작가 노신이 작품 활동을 할 수 없었던 상황을 대변하고, 눈앞에 닥친 사회 암흑을 일소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에서 최초로 출간하는 이 3부작은 구추백의 참모습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의 생각과 행동은 물론이고 당시 지식인의 참회와 착각, 그리고 중국이 처한 상황과 대처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서 현재 중국인의 필독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