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발적 딩크’가 되었다
너와 나,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는 겹쳐지는 하나의 선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평행선처럼 살기로 했다
“치열하게 싸웠다.
좋아하는 감정은 있는데 계속 삐그덕거렸다.”
결혼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와 마찬가지로 아이를 가질 것인가 아닌가 역시 필수가 아닌 선택의 영역이 되었다. 『우리, 아이 없이 살자』(자화상, 2018)는 아이 없이 둘만의 삶을 꾸리기로 한 한 부부가 ‘너와 내’가 아닌 ‘우리’라는 유대감을 세계 여행을 통해 만들어나가기로 하면서 겪은 일들을 엮은 책이다. 저자 김하은은 호텔 일을 하며 직장에서 남편과 만나 뜨거운 연애 끝에 결혼한다. 이후 부부 간에 생기는 여러 갈등과 스트레스로 일을 그만두고 현재는 홍대 인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책을 시작하며 저자 김하원은 아이 없는 삶을 택한 다른 커플과는 사뭇 다른 면을 보여준다. 스스로 비자발적 딩크임을 강조하는 저자는 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가 라이프 스타일로서의 딩크 이야기로 비쳐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낸다.
아이를 갖기 위해 의학의 힘을 빌려보았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진심으로 아이를 원했다기보다는 결혼을 했으니 아이를 낳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다. 아이가 생기면 신랑과의 관계도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불안정한 둘 사이에서 아이가 생길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_ 본문 중에서
꺼내기 힘들 법한 말들을 저자는 진솔하게 하나씩 책에 써 나갔다. 아이를 원했으나 원처럼 되지 않았던 과정, 그리고 결혼하며 오히려 더 외로웠던 시간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희망찬 결혼 생활과 둘만의 삶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실제로 일어날 법한 진짜 갈등들을 책에 담으면서 저자는 세계 여행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는 서로를 이해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되어주었다고 말한다. 1년 동안 오로지 함께한다는 그 사실은, 그간 쌓아왔던 앙금이나 오해, 갈등을 차분히 되돌아보게 해주는 시간을 마련해주었고,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붙어 있을 수밖에 없게 되면서 상대의 좋은 면도, 또 나쁜 면도 더 밀도 높게 알아가게 되었다.
매일 낯선 환경과 마주하며 오랜 시간 같이 있다 보니 그동안 몰랐던 상대의 약한 모습도 보게 되었다. 누구나 한 가지씩은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_ 본문 중에서
아이 없는 커플이 생각할 법한 현실적인 문제 또한 공감이 가는 대목 중 하나다.
우리 부부는 더욱 외로움과 친해져야 할 의무가 있다. 나이 들어 찾아올 자식이 없는 우리는
노년에 남들보다 더 외로워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언젠가는 둘 중 한 명은 혼자 남을 것이다.
그때를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외로움과 친해져야 한다.
_ 본문 중에서
많은 커플 혹은 부부가 드러내지 않는 격한 감정의 파도들을 용기 있게 써 내려간 『우리, 아이 없이 살자』는 딩크의 삶을 택한 많은 커플에게 한 번 더 “우리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생각게 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