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정상에 올라 지나온 길을 굽어보는
세상의 모든 중년들에게
중년은 많은 걸 얻기도, 잃기도 하는 때다. 정상에 서서 아래를 굽어보다가도 이내 두려워 눈을 감기도 한다. 이미 올라가야 할 때를 지났으니 모든 걸 내려놓으라고도, 아직 청춘이 끝나지 않았으니 두 번째 인생을 준비하라고도 한다.
다 맞다. 그러나 벌써 반환점을 돈 인생, 중년에게 가장 부족한 건 새로운 길을 다시 걸어갈 용기다. 이 책의 저자 김영미는 일이면 일, 육아면 육아, 뭐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워킹 맘으로 반세기를 살았다. 운명이 가리키는 곳으로 꿋꿋이 걸어갔고, 주어진 삶의 궤도를 벗어나지 않았으니 모든 게 정상이었다. 그러다 산을 만났다. 휘둘리면서도 놓지 않았던 모든 일을 스스로 내려놓은 채, 전국을 누비며 산에 올랐다. 일과 공부, 사랑 어디에도 오아시스는 없었으나 이곳, 산에는 있었다.
곧이어 장기간의 해외 트레일을 감행했다. 쉰넷에 뗀 첫걸음마는 가속도가 붙었다. 마침내 모든 여행자들이 꿈꾸는 곳, 남미에 발을 디뎠다. 저자는 남미의 여섯 나라를 걸으며, 이국적인 풍광과 생의 고민들을 붙들었다. 거대한 물의 장벽 이구아수 폭포,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 거대한 빙하와 공중 도시 마추픽추, 세상에서 제일 큰 거울 우유니 사막, 남미 최고봉 알파마요…. 이렇게 남미 곳곳에서 붙잡은 글과 사진을 『남미가 나를 부를 때』로 엮어냈다.
손에 쥐려 평생을 애썼던 것을 내려놓자, 다시 삶이 시작됐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생이 단 한 번의 산행이 아님을, 끝없이 언덕을 오르고 내려오는 일이 바로 인생임을 담담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