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어느 날, 지인인 협회 회장님께서 “소프트웨어가 곧 공교육이 될 거야. 지금부터 소프트웨어에 관심 갖고 연구해봐.”를 시작으로 매주 만날 때마다 이 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동화작가가 꿈이었던 나는 컴퓨터에 관심이 없었다. 그때는 소프트웨어라는 단어조차 제대로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게 3년이 지난 어느 날 나는 나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협회의 결정에 의해 소프트웨어라는 중심에 서게 되었다. 용인시와 용인디지털진흥원, 그리고 협회에서 SW 교재를 만들어 용인시에 있는 초, 중학교에 배포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사물인터넷, 스크래치, 피지컬 컴퓨팅, 3D프린터, AR/VR은 원고가 끝난 상태였고, 언플러그드만 원고를 집필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보드게임을 하는 내가 가장 적임자라며 한 달 안에 원고를 마무리하라고 하셨다. 언플러그드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컴퓨터 원리 공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외부환경에 의해 결정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10년 동안 보드게임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일, 강사들을 양성하고 강의를 시작하게 된 것도 남편이 다니던 회사의 경영상태가 악화되어 오랜 꿈이었던 보드게임을 제작하게 된 남편의 일을 도와주면서 시작된 것처럼.
중요한 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하게 된 보드게임과 SW지만 지금은 그 매력에 빠져있고, 많은 분들과 함께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흥미도 관심도 없었던 전혀 새로운 분야를 시작하면서 전문 지식과 기능의 부족으로 힘든 시간들도 많았지만, 전혀 몰랐던 분야라서 어쩌면 기본에 더욱 충실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의 연구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사용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나름의 교육적 철학을 담았다.
언플러그드 보드게임으로 컴퓨터 과학의 원리를 얘기하면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있다. 첫째 “보드게임이 SW교육과 무슨 상관이 있어요?”라는 것과 둘째 “언플러그드가 코딩과 무슨 상관이 있어요?”라는 것, 그리고 셋째 “컴퓨터 전공하셨어요?”라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 책을 통해 충분히 답변이 될 거라 확신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컴퓨터 과학의 원리와 보드게임 놀이 활동이 SW교육을 준비하시는 선생님들과 학부모님께 도움이 되길 바라며, 미래사회의 중심이 될 우리 아이들에게 게임화의 행복한 선물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