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연의’가 아니라 ‘삼국시대’를 보라!
이중톈의 시각으로 삼국시대 바로 읽기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오직 진실에 다가간 역사만을 볼 것이다”
중국 역사에서 위·촉·오로 대표되는 삼국시대는 아마 중국 역사 시대 가운데 대중에게 가장 친숙하고 잘 알려져 있는 시대일 것이다. 손권, 유비, 조조, 관우, 제갈량 등 중국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이름을 들으면 아는 인물이 등장하고 삼고초려, 도원결의 등 유명한 고사가 탄생하기도 한 시대다. 고로 대중은 자연스레 삼국시대를 중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시대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중톈이 삼국을 바라보는 관점은 이와 조금 다르다. 중국 CCTV의 인문 강연 프로그램 백가강단에서 ‘삼국지 강의’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중국 학계의 거인으로 우뚝 선 사학자 이중톈이 사실 삼국은 중요한 시대가 아니었다고 한다면?
삼국은 중요한 시대가 아니었다?
이중톈은 “삼국은 중국사 전체에서 진나라의 천하통일이나 춘추전국시대의 백가쟁명에 비하면 중요성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사건들로 점철된 시기”였다고 한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이 접하는 삼국 역사가 대부분 픽션인 『삼국연의』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나관중이 쓰고 이후 청나라 모성산, 모종강 부자가 여러모로 수정을 가한 『삼국연의』는 삼국을 충의와 간사함의 투쟁사로 오도하고 계책, 음해, 술수, 모략을 당시 인물들의 보편적인 형태로 덧씌웠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정인군자였던 주유와 제갈량은 『삼국연의』에서는 꿍꿍이속이 있는 소인배로 그려지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삼고초려에 얽힌 고사도 진실과는 사뭇 다르다. 사람들은 ‘삼국’의 역사를 바로 보고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삼국연의』의 드라마틱한 요소에 더욱 관심을 갖고 흥미진진한 요소들이 끝없이 반복·변주되기를 바란다는 것이 이중톈의 주장이다. 이중톈은 지금껏 없던 새로운 시각으로 삼국을 바라보고자 한다. 예를 들어 삼고초려의 고사에서는 ‘제갈량이 정말 가서 만날 수만 있고 부를 수는 없는 존재였을까? 그렇다면 어째서 그는 자청해서 유비를 만나러 갔던 걸까? 그는 이미 유비를 만난 적이 있는데 유비가 또 굳이 삼고초려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등의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일화도 제시한다.
이중톈이 밝힌 삼국의 새로운 역사
이번에 출간된 『삼국시대』는 총 36권 완간으로 예정되어 있는 이중톈 중국사 시리즈 가운데 제2부 ‘제1제국’에 속하는 열 번째 책이다. 제국시대는 2132년이나 계속되어 중국사 전체 3700년 중 약 60퍼센트를 차지할 만큼 긴 역사다. 그중 제2부 ‘제1제국’에서는 800년의 역사를 펼쳐내는데, 7~9권에서 진秦나라와 진晉나라, 전한과 후한을 거쳐 이번 10권 삼국시대에 이어 11권과 12권에서는 위진남북조 시대를 다룬다.
독자들은 이중톈이 펼쳐내는 삼국을 접하고 놀랄지도 모른다. 『삼국연의』에서 보여준 계책, 음해, 술수, 모략 등 독자의 구미를 당길 만한 요소에서 한발 물러나, 역사 그 자체의 진실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자 했기 때문이다. 약 60년의 삼국 역사에서 이중톈이 읽어내고자 한 바는 삼국시대 역사의 본성이다. 후한이 저물고 새로운 세기의 막을 연 인물인 원소에서 시작해 조조의 등장과 관도대전, 적벽대전, 이릉대전 등 이 시대 3대 전쟁을 거쳐 제갈량의 시대가 오고 삼국이 모두 망하기까지 삼국의 역사는 크게 보면 전반은 조조와 원소의 노선 투쟁이고, 후반은 조조, 촉한, 동오의 권력 투쟁이다. 독자들은 아마도 자신이 그리고 있던 삼국시대상이 많이 바뀌는 경험을 할 것이다. 그 대신 최대한 진실에 다가간 진짜 역사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